최초입력 2025.04.26 08:30:00
김현지 이재명의원실 보좌관 [V메이커스-23] 98년 대학 졸업후 李 설립 성남시민모임 합류 李, 첫 성남시장 당선때 인수위원회 간사 맡아 ‘측근 4인방’ 꼽히지만 알려진 내용 별로 없어 정진상 ‘대장동 재판’ 받게돼 역할 더 커진 듯
김현지 보좌관(이재명 의원실)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 전 대표와의 인연도 최소한 27년이 넘고 소위 ‘성남파’로 불리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여의도에서의 평가는 “노무현의 안희정·이광재 같은 존재로 실세 중 실세다”부터 “이 전 대표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참모일뿐 이 전 대표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별로 없다”까지 다양하다. 이런 점도 그가 이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한명임에도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여의도엔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 보좌관이 처음부터 ‘음지’를 지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시민단체 소식지나 성남 지역 언론들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매우 적극적인 시민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4년 성남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김 보좌관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98년부터 성남시민모임에 들어왔고, 2001년부터 사무국장을 맡았다. 성남시민모임은 1995년 변호사였던 이 전 대표가 설립을 주도하고 2005년까지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1999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대표와 김 보좌관의 첫 인연은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때 블로그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1994년 성남에는 연대회의라는 조직 외에 목회자, 사회운동단체 대표들이 매주 금요일에 모여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금요회가 있었다. 1994년 초부터 금요회 구성원을 중심으로 시민단체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1995년 3월 30일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남시민모임이 발족했다.
김 보좌관이 첫 사회생활을 성남시민모임에서 시작한 배경엔 그가 대학에서 관련 학생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보좌관은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 사무국장도 겸임했다. 2003년 성남 구시가지에 있던 병원 두 곳이 폐업을 했고 당시 인구 55만의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에 응급의료센터가 한 곳도 없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보좌관은 2005년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에 ‘응급의료센터 하나 없는 의료사각지대, 성남 구시가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의료는 공기와 같다.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의료도 마찬가지”라며 “성남시민들은 주민재발의는 물론 주민투표를 동원해서라도 공공병원 설립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공공의료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앞선 2004년 인터뷰에서 김 보좌관은 시민모임 형태로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그리고 2010년 6월 이 전 대표가 첫 성남시장에 당선됐을 때 인수위원회격인 민선 5기 ‘시민이 행복한 성남 기획위원회(시민행복위원회)’에 간사로 이름을 올린다.
당시 시민행복위에 함께 간사 역할을 맡은 사람이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인수위원으로 참여했고, 민선 6기 시민행복위에서는 그는 위원장을 맡았다. ‘성남파’로 분류되는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도 민선6기 시민행복위에서 활동했다.
이후 김 보좌관은 2011년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을 맡았다. 성남의제21은 1998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민관 협력기구다. 성남시가 조례에 근거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김 보좌관은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는 지구가 아닌 지역의 위기로 환경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며 기후·환경 관련 활동도 펼쳤다. 이 기사에서 김 보좌관의 나이가 38세로 표기돼 있다.
김 보좌관은 이 전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도청에서 비서관으로 업무를 한다. 당시에는 현재처럼 소위 ‘측근 4인방’(정진상·김용·김남준·김현지)으로 불리면서 관심을 받는 위치는 아니였다. 이 전 대표가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때만해도 그를 돕는 현역 의원은 정성호 의원, 김영진 의원, 김병욱 전 의원 정도였다.
김 보좌관의 이름이 여의도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였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대세론이 꺾이고 이 전 대표가 부상하면서 측근 그룹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그럼에도 언론 대응을 맡아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았던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을 제외하면 김 보좌관이나 정 전 실장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 전 대표가 2022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김 보좌관도 국회의원회관에 함께 들어왔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시 김 보좌관의 합류에 대해 “손발이 맞는 사람들을 뽑아 의원실 업무를 빠르게 안착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김 보좌관은 이 전 대표와의 만남, 이 전 대표에게 하는 보고 등을 관리하는 일종의 ‘문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이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재판을 받고 있어 김 보좌관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우호·비우호 세력 등에 대한 수시 모니터링을 통해 이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인력풀(POOL)을 관리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지난 2022년 9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전 대표가 김 보좌관이 보낸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관련 출석요구서가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읽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