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5 07:30:00
신현준 “‘귀신경찰’ 故 김수미의 마지막 선물” “故 김수미 완성본 못 봤지만, 행복해하실 것”
배우 신현준(57)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김수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설 연휴를 겨냥해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은 돈벼락 한 번 못 맞고 때아닌 날벼락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게 된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패밀리 코미디다. 김수미의 유작으로, 신현준은 극 중에서 경찰 현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귀신경찰’은 개봉 전부터 영화 ‘맨발의 기봉’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함께한 김수미와 신현준이 다시 한번 모자로 호흡을 맞춰 주목 받았다.
신현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머니께서 ‘맨발의 기봉이’를 연기할 때 행복하다고 하셨다. 저 역시 극장에서 가족들이 함께 보고 20년 만에 극장 나왔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듣고 울림이 컸는데 어머니도 그랬던 것 같다. 어머니가 ‘따숩고 귀여운 영화를 만들어 봐’라고 했다. 그래서 계속 생각하다가 유튜브에서 번개를 맞고 능력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꽂혔다”며 ‘귀신경찰’이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엄마와 아들과 관계 속에서 조금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저희 모자가 브랜드가 돼서 엄마랑 영화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코드가 있더라. 거기서 넘지 않는 선에서 만든 게 ‘귀신 경찰’이다. 엄마가 이런 걸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지금 안 계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같은 작품이니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신현준은 ‘귀신경찰’ 시사회 당시 고 김수미의 등신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묘하더라. 영화 홍보를 위해 정준호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찍었는데, 서로 일일 매니저를 해줬다. 제가 힘들고 슬픈 걸 아니까 옆에서 계속 절 웃겨주더라. 그런데 시사회장서 어머니 포스터를 보는데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더라. 영화 개봉 전에 우리 같이 홍보 많이 하자는 말씀도 생각나더라”며 “영화 포스터를 ‘맨발의 기봉이’ 때와 비슷하게 찍었는데 어머니가 너무 좋아했다. ‘맨발의 기봉이’ 포스터에 제가 엄마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적었더라. 어머니는 완성본을 못 보셨지만, 지금도 저희를 보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계속 함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애틋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고인과 나눈 마지막 통화를 추억한 그는 “지난해 어머니 생일날 꽃을 보냈는데 전화로 너무 예쁘다고 하더라. 수없이 통화를 하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너무 힘들어보였다. 그때도 ‘나 괜찮아. 곧 보자. 아들 사랑해’라고 하셨다.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 추석 때도 우리 애들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그 ‘사랑해’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먹먹해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제가 일본 팬미팅이 있었다. 공항 가는 길에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려서 어머니 병실에 갔다. 그리고 밤 늦게 비행기표를 다시 구해서 가게 됐는데, 공항에서 저를 보는 분들이 다들 저를 위로해주더라. 핸드폰에도 진짜 많은 문자가 왔더라. 사람들이 어머니와 절 진짜 모자로 생각한다는 걸 느꼈고 앞으로 더 잘 살아야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최불암 선생님도 여러 번 문자를 주셨다. 드라마 잘 보고 있고 연기 칭찬해주려고 전화했다고 하더라.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신현준은 김수미에 대해 “어머니가 ‘라디오스타’에서 제가 예의 있어서 싫다고 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는 친근하게 하는데 몇십년을 같이한 제가 예의를 차리니까 불편했나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우리 손주도 너처럼 예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앞으로 더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라며 “어머니가 주고 가신 게 많다. 데뷔 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만났는데 참 큰 행복이다. 제가 첫 아들을 낳았을 때도 우주선만한 꽃다발을 보내줬다. 세상에 그렇게 큰 꽃다발은 처음 봤다. 저의 모든 걸 함께해주고 기뻐해주고 항상 옆에 있어줬다. 정말 각별한 사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귀신경찰’을 춘천에서 촬영했는데, 반찬 가져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현장에서 밥차 한켠에 늘 어미니가 반찬을 둬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간식도 챙겨주고 스태프 막내 이름 하나하나 불러줬다. 어린 친구들도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든데 욕 한번 해달라고 하면 시원하게 해주셨다. 그런 범접할 수 없는 엄마만의 캐릭터가 있다는 게 부럽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분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걸 느꼈다. 어머니도 행복하실 것 같다”고 고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귀신경찰’은 당초 시리즈로 계획됐다. 극 중에서 김수미 역시 번개를 맞고 초능력을 얻게 되는 설정이었다는 것.
신현준은 “엄마가 농담으로 이 시리즈에 투자 안 하면 김치라도 팔아서 제작비를 댈 테니 계속 만들자고 했다”며 “‘귀신경찰’은 코드가 단조롭지만 재미있는 요소가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귀신경찰’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 말미 2편의 시작을 염두에 둔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가 날 위해 장을 보러 가다 벼락을 맞는 대충의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마지막 부분을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감독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건드리지 말자고 했다”고 아쉬움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머니가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내가 죽으면 즐겁게 보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 가슴이 아팠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어머니의 선물 같은 영화를 많은 분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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