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5 14:01:06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급파 필리핀병원 개원 56년만에 첫 생체 간이식 수술 성공
난치성 희귀질환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23세 필리핀 청년이 한국 의료진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총상으로 세 차례나 복부 수술을 받았던 몸임에도 아들을 위해 간 일부를 기꺼이 내줬다. 11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족은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달 18일 필리핀 마카티병원에서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을 앓는 청년 프란츠 아렌 바바오 레예즈 씨에게 어머니의 간 일부를 떼어내 옮겨심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수술에는 김기훈·안철수·김상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송준걸·권혜미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수술간호팀 등이 참여했다.
만성적인 담관 염증으로 간 기능이 저하됐던 레예즈 씨는 수술 전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만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안철수·김상훈 교수는 염증과 협착으로 병든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했다. 담관 재건은 담관-담관 문합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식한 간의 담관과 공장 문합으로 완료했다.
레예즈 씨의 어머니 마리아 로레나 멘도자 바바오 씨는 과거 복부 총상으로 세 차례나 수술한 병력이 있었다. 의료진은 바바오 씨가 복강 내 유착이 심할 것으로 보고 복강경 수술 대신 개복 간절제술로 간 일부를 무사히 잘라냈다.
이번 수술은 마카티병원 개원 56년 만에 처음 이뤄진 생체 간이식 수술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귀국 이후에도 마카티병원과 지속적으로 원격 회의를 진행하며 환자의 회복을 적극 지원했다. 바바오 씨는 수술 5일 만에 퇴원했고, 레예즈 씨는 이번주에 퇴원할 예정이다. 레예즈 씨는 “멀리서 찾아와 새 생명을 선사해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수술은 현지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마카티병원에 간이식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게 교육과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 기증자 수가 인구 100만명당 1명 수준으로 정체된 필리핀은 간이식 수술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간이식 생존율도 국제적인 수준에 못 미친다. 이에 마카티병원은 서울아산병원에 협력을 요청했고,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현지 의료진 9명을 초청해 간이식 연수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김기훈 교수가 현지에서 강연하며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현재까지 시행한 생체 간이식은 총 7563례다. 지난 5월 뇌사자 간이식을 포함한 전체 간이식은 9000례를 달성했다. 이는 단일 의료기관 기준 세계 최다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