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1 14:05:46
이흥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 짠 음식이 장내미생물 구성 바꿔 종양 세포 확산 돕는 물질 생성 향후 암 치료 전략에 활용 기대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건강 문제가 하나 더 늘었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뇌종양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흥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짠 음식이 뇌종양을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짠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뇌종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밝혀졌다.
연구진은 짠 음식이 어떤 유전자와 단백질과 연관되어 있고, 어떻게 뇌종양을 악화시키는지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에 따르면 짠 음식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키고,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인 ‘프로피오네이트’가 장내에 과도하게 축적된다.
장내에는 1만 종 정도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 중에서도 ‘박테로이드 불가투스’라는 미생물이 증가한다. 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프로피오네이트 물질 역시 많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물질이 뇌종양 세포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산소가 충분한 환경임에도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결국 제1형 콜라겐을 과하게 만들어내는데, 이는 종양 세포가 면역을 피해 더 쉽게 퍼지고 악화되게 한다.
콜라겐은 일반적으로 피부 탄력에 좋은 물질로 알려져있지만, 종양 세포가 만들어내는 콜라겐은 다르다. 이 교수는 “뇌종양 세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콜라겐이 윤활제 역할을 해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대의 지난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가 만드는 콜라겐은 보통 콜라겐과 달리 암세포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를 축출하고 암세포가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짠 음식을 먹으면 이 문제의 콜라겐이 많이 형성되는 것이다.
KAIST 연구진이 생쥐에게 4주간 일반 사료보다 5배 짠 사료를 섭취하게 하고 종양세포를 주입하자, 일반 생쥐보다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고 종양 크기가 증가했다. 생쥐의 평균 수명은 2년 정도로, 인간으로 치면 수 년 간 짜게 먹으니 뇌종양이 악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없는 쥐에게도 고염 사료를 먹였으나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고염 사료를 먹은 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자 유사하게 뇌종양이 악화됐다.
모든 장내미생물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식사 후 각종 분비물을 만드는 것처럼, 장내미생물도 영양을 섭취한 후 대사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평소에는 장내미생물의 증식을 돕는 수준에 그치지만, 과하게 생성될 경우 종양 세포처럼 인체 다른 부위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다만, 짜게 먹는다고 없던 종양 세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고염식이 일반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종양 세포의 확산에만 영향을 준다는 점이 연구 결과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암 환자의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암 환자를 진료할 때 CT와 MRI를 촬영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앞으로 장내미생물 검사를 통해 악화 속도를 파악하고 치료 전략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