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 "신약개발 전과정에 AI 적용" 단백질 3차원 구조 62억건 등 빅데이터로 자체 플랫폼 개발 희귀난치 질환 치료제 연구 임상 성공해 기술수출할 것
윤정혁 대표가 AI 신약 개발 트렌드와 자사의 신약 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설립 초기에는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되는 비중이 10~20%에 그쳤지만, 지금은 후보 물질 발굴 전체 프로세스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16년 설립돼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은 AI 신약 개발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등과 이 분야 대표 주자로 꼽힌다. 윤 대표는 "다른 회사와 달리 우리는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범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인지해 부문별로 특화하고 관련 AI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기술력이 집약된 결과물이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및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다. 케미버스에는 62억건의 단백질 3차원 구조와 화합물 빅데이터가 탑재됐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 물질 도출을 비롯한 신약 모델링, 약물과 호응하는 타깃 유전체 분석을 통한 신규 타깃 및 적응증 제안 등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회사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초기 선도 물질 단계부터 임상 단계까지 신약 개발 전 주기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윤 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니치버스터(거대 틈새 시장)' 공략을 전략으로 삼았다"며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경우 경쟁이 덜하고 미충족 요소가 커 개발에 성공했을 때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PHI-101과 PHI-501은 현재 조기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재발성 난소암(OC) 치료제로 개발 중인 PHI-101은 올해 내에 글로벌 임상 2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승인에 도전해 조기 상용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후 라이선스 아웃 등을 위해 국내외 3~4곳 기업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PHI-101은 아직 임상 1상 단계임에도 AML, 난소암 등 10건의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받아 긴급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윤 대표는 "PHI-101과 관련해 통상 임상 3상 단계에서 진행되는 동정적 임상을 10건이나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활용되는 일본 아스텔라스제약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 치료 후 재발하거나 아예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없어 더욱 수요가 높다"고 전했다.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PHI-501은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를 통해 공개한 PHI-501 전임상 결과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항암 효능과 내성 모델에서의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를 입증해 주목받았다.
윤 대표는 한국이 AI 신약 개발 트렌드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바이오벤처-국내 제약사-글로벌 빅파마로 이어지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타깃 발굴부터 전임상' 단계까지"라며 "기초 연구부터 전임상 단계까지는 효율적이고 혁신적 접근으로 바이오벤처가 주도하고, 이후 제약사가 임상을 추진해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신약 개발 후보 물질 발굴 분야 전문벤처'로서 성장하는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윤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해 AI 기반 신약의 첫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