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31 08:04:50
여러 언어로 딥시크 사용해보니 “현재 중국 주석 누구인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범위 벗어나” 말돌려 28일 같은 질문 당시 “시진핑” 대답 러시아어·아랍어로 물어보자 중국몽 정책 등 상세히 답변 일각선 “中 당국서 길들이기”
중국 인공지능(AI) 언어모델 ‘딥시크’가 같은 질문을 던지더라도 언어별·시기별로 다르게 답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는 지도자(주석 등), 사회주의 체제,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는 등 검열 의혹이 제기된다.
30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딥시크에 영어와 한국어로 ‘현재 중국 주석은 누구인가’를 물었더니 “죄송하다. 그건 내가 답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다른 이야기를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진핑 주석은 누구야’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동일했다. 하지만 이틀 전인 28일 오후 같은 질문을 건넸을 때 딥시크는 “시진핑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현 주석이자 중국공산당의 총서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이 늘자 중국 당국이 검열에 나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힌디어 등 다른 다양한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져도 딥시크는 한결같이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러시아어와 아랍어 등 중국과 가까운 나라의 언어로 물어보니 답변이 180도 달라졌다. 민감한 질문임에도 꽤나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뛰어난 지도자 중 한 명이고 중국몽과 같은 국가 비전을 제시하며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딥시크는 시 주석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으면 정치적 질문에도 곧잘 답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아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 주석의 경쟁자였던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에 대해 ‘리 전 총리가 언제 별세했지?’라고 묻자 “리 전 총리는 현재까지 돌아가신 바가 없으며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진보를 위해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답변했다. 리 전 총리는 2023년 10월 27일 심장병으로 사망했는데 잘못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딥시크에 ‘언제까지의 정보를 알고 있나’라고 묻자 “2023년 10월까지 업데이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정보 업데이트가 잘 안 돼 있거나 정보가 왜곡·차단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딥시크는 톈안먼 사건에 대한 대답도 시 주석 관련 질문과 마찬가지로 시점에 따라 다르게 설명했다. 30일 오후 물었더니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 중국 인민은 더 나은 삶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전날 답변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당시 딥시크는 “1989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군대를 동원해 진압한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만의 자랑이다. 이 같은 TSMC에 대해 딥시크에 물어보니 “대만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제조 회사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다. TSMC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AI 기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7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국가방송총국 등 6개 부처와 함께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 방법’을 발표하고, 같은 해 8월 15일 시행에 들어갔다. 24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관리 방법에는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이용 관련 관리감독 체계 내용, 기술 개발 촉진, 데이터 처리 활동 등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담겨 있다. 특히 4조에 따르면 AI 서비스의 제공과 사용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국가 권력 전복 △사회주의 체제 전복 △국가 분열 선동 △경제·사회 질서 교란 위험 등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딥시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의혹을 제기하며 “딥시크가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되려면 용납 가능한 말과 불가능한 말에 일관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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