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9 08:00:00
‘예쁨’의 대명사 배우 고윤정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통해 ‘예쁜’ 배우에서 ‘더 슬기로워질’ 배우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고윤정이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공의가 됐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에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1년 차 오이영이 된 고윤정은 지금은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슬기로워질 사회초년생의 성장부터, 로맨스까지 모두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됐던 ‘언슬전’ 종영 인터뷰에서 고윤정은 “아쉽다. 얼마 안 한 거 같은데 끝난다고 하니 너무 금방 끝난 것만 같다. 마지막 촬영 날,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들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진짜 헤어지는 것만 같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1년 전에 촬영을 마칠 때 ‘다음에 보자’하고 헤어졌는데, 방영이 1년 미뤄지다 보니 오히려 헤어지는 느낌을 한 번 더 받는 거 같아요. 1년이 지나 작품을 보니 내용도 기억이 안 나면서 새롭더라고요. 주위에서 ‘구도원(정준원 본)과 어떻게 되냐’ ‘몇 화에 이어지냐’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진짜 기억이 잘 안 났어요. 덕분에 저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봤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시청자로서 가장 재밌었냐는 질문에 고윤정은 이영과 도원의 감정선을 쌓아가는 지점부터, 각 레지던트 멤버와의 서사와 우정까지 “1년이 지나고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많더라”고 털어놓았다.
고윤정이 언급한 것처럼 ‘언슬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 중 하나는 이영과 도영의 러브라인이었다. 본인조차 둘의 서사를 재밌게 봤다고 할 정도로 안방극장의 많은 사랑을 받은 러브라인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예쁜 고윤정과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구도원 역의 정준원 간의 비주얼 합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고윤정이 너무 예쁘다보니, 혼자서만 그림체가 다른 거 같다”는 의견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고윤정은 “우리 모두가 다르게 생긴 만큼, 그림체 또한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런 반응이 있는지 잘 몰랐. 극중 이영이도 외적인 모습에 반하기 보다는 구도원이 가지고 있는 다정하면서도 강단 있는 ‘선배미’에 꽂힌 거였고, 저 역시 그에 납득했다. 연기할 때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극중 오이영은 왜 구도원이 좋았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는 “그 이야기가 있다. 1년차 때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꼽아 줘도 반한다고”라며 답을 이어갔다.
“사소한 위로나 응원이 확대돼서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을 거 같기도 하고, 이영이가 명은원(김혜인 분) 선생님에게 오해도 많이 받고, 그로 인해 주변의 불신도 얻었던 상황도 처했었잖아요. 그 상황에서 도원이 침착하고 성숙한 방법으로 대처하면서 이영이를 구해준 거죠. 그런 부분에서 느껴지는 선배에 대한 존경과 자신을 구제해즌 것에 대한 고마움이 어느덧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충분히 반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죠.”
모든 것이 어려웠던 이영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원에게 설렐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 고윤정은 실제로 정준원과의 호읍은 어땠는가에 대한 질문에 “워낙 연기를 잘하는 오빠였고, 덕분에 같이 하면서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 라이브를 통해 ‘언슬전’ 제발회 이후 (준원)오빠를 처음 만났어요. 제발회를 제외하면 거진 1년 만에 만나게 됐는데, 그동안 너무 오래 안 보기도 했고, 방송 이후 저는 오빠를 극 중 구도원의 모습만을 봤잖아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실제로 보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렇지만 오빠도 말이 별로 없어요. 엠비티아이가 같아서인지 둘이 붙으면 정말 과묵해요. 안 그래도 말이 없는데, 라이브 전에 보니까 무척 긴장된 표정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저에게 ‘엄청 긴장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라이브를 하기 전, 긴장을 조금 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봤었는데, 후에 주위에서 오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훈훈했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웃음)”
연기를 하면서 이영과 도원의 러브라인이 터질 줄 알았느냐는 말에 “저도 그렇지만 작가님들도 구도원과 오이영이 이렇게 터질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로맨스는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사비(한예지 분)와 재일(강유석 분)의 러브라인도 뒤늦게 나왔고, 그동안 로맨스 라인이 거의 없다시피 했잖아요. 이영과 도원의 러브라인은 약간 단비같은 느낌으로 ‘로맨스는 이쪽인가 보네’라고 좋아해 주신 거 같아요. 적극적인 여자와 노잼 루틴남 남자의 관계성도 재밌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사돈 관계라는 것이 또 다른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언슬전’으로 로맨스도 잘 하는 배우임을 입증한 고윤정이 생각하는 실제 이상형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고윤정은 “개그코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람마다 주고받는 개그 키티카타가 있잖아요. 웃기기 위해 개그를 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저와 개그의 선이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제가 막 섬세한 편은 또 아니어기도 하고, 둔한 부분도 있어서, 섬세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어도 좋을 거 같아요. 사실 이야기할 때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는 ‘언슬전’이지만 병원의 이야기에 앞서 로맨스에 먼저 반응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고윤정은 “제목부터 ‘언젠가는’ 이지 않느냐. 전문적이고 프로패셔널하고 능숙하고 그런 어려운 의학적인 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1년 차 레지던트들의 실수가 상상 이상으로 나오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잖아요. 부족한 1년 차 점차 나아지고 발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다 보니 초반 의학물로서 아쉬운 모습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저는 반응을 보면서 로맨스로도 이런 반응이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반가움은 있었지만, 로맨스 먼저 반응 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어요.”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의학용어들을 소화하는데에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려웠는데, 사실 저는 어설픈게 당연한 1년차 레지던트이지 않았느냐. 저보다는 교수님들이 더 어려웠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의학 명칭들이 능수능란하게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입에 붙기 보다는 오히려 감독님으로부터 ‘너무 잘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디렉팅을 받았다. 덕분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찍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다만 시간이 없고, 예쁨을 감춰야 하는 전공의 임에도, ‘그럼에도 너무 예뻤다’는 반응에는 “저도 모니터를 하고 놀랐던 부분이, 1~2회 초반이었던 거 같다. 현장에서 입술 색이 없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입술 색이 진해 보이면 색을 죽이기도 했는데도 화면 색 보정이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그러한 부분이 드러난 거 같다. 발란스를 맞추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이영이의 첫날은 병원에 몸을 담그겠다는 마음으로 간 것이 아니라, 수틀리면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간 거였잖아요. 병원을 직장으로 받아 드리기보다는 버티는 곳으로 갔기에 한껏 꾸미고 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화가 같은 날이 계속 이어지는 거잖아요. 수술실 장면에서도 메이크업의 연결이어서, 아마 수술방에서 메이크업과 괴리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피로에 찌든 전공의를 표현하기 위해 떡진 머리도 하고, 무스도 바르고 다크서클 분장도 하는데, 잘 안 나온 부분도 있었던 거 같아요. 다음에는 조금 더 슬기로운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고윤정에게 ‘예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윤정으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한 질문에 “재밌다”고 답하다 웃은 고윤정은 자신과 오이영의 닮은 점에 대해 “의욕이 크게 없고, 꽂히는 게 크게 없는 대신, 꽂히면 몇 년간 그것만 판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사랑도 일도 꽂히면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지금 꽂힌 건 ‘일’인 거 같아요. 얼마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가서 일에 꽂혀있다고 하자 ‘대표님이 좋아하시겠네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더라오요. 대표님께서 너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저는 지금 연기에 꽂혀있습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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