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음달 22일부터 소득 상위 10%를 뺀 전 국민 90%를 대상으로 2차 소비쿠폰 지급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1인당 10만원씩, 1차(9조2000억원)의 약 절반인 4조7000억원이 예산으로 책정돼 있다. 다음달 10일께 지급 대상을 발표할 예정인데 소득상위 10%를 구분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고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민생쿠폰에 들어가는 예산은 세금으로 충당되고 상위 10%의 소득세 부담률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조세 정의와도 연관이 된다. 평소 군말 없이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낸 세금이 본인을 제외한 타인의 소비활동 지원에 쓰이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할 공산이 크다. 돈 이전에 정당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라살림이 말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가 94조원에 달하고 적자를 계속 국채로 메우느라 그 이자만 올해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는 이미 법인세 인상 등 증세에 착수했고 그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세는 확실한 명분,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을 때라야 저항이 적다. 한 손으로는 전 국민 소비쿠폰을 풀면서 다른 손으로는 세금을 더 걷겠다면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차 소비쿠폰 예산 4조7000억원을 인공지능(AI) 등 국책 사업 투자로 돌릴 것을 제안한다. 소비쿠폰 사업 명분은 내수 진작에 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사실상 현금을 쥐여주는 것이 내수 진작에 최선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주류 경제학에선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편이 중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약속한 것을 무르는 부담이 있겠지만 이참에 나라살림을 툭 터놓고 얘기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땐 진지하게 국민의 양해와 희생을 구해야 한다. 전 국민 쿠폰과 증세를 병행하는 방법으로는 납세자를 설득할 수도 없고 국민에게 현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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