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정부 요직에 잇따라 발탁되면서 국내 AI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AI 기술을 직접 다뤘고, 정책 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와의 협업 경험도 쌓았다. 산업계 리더를 정책 책임자로 스카우트할 만큼 'AI 3대 강국' 실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파격 인사가 '할 수 있다'는 한국 특유의 도전정신을 소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4일 배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 한국의 AI 기술 수준에 대해 "분명히 저력이 있다"고 밝혔다.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가 보완된다면 세계 수준의 AI를 개발하고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하 수석도 전날 AI 사회간접자본(SOC)부터 컴퓨팅 파워, 인재 양성 등 전체 생태계를 보면서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AI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에 두 리더의 인식이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1970년대 철강·조선 산업을 일으켰고, 1980년대에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과감히 도전했다. IMF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그 중심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과 실행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미·중은 글로벌 AI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데, 우리는 타성에 젖어 뒤처진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두 리더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가 AI 투자와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결정짓는 골든타임이다. 데이터와 인프라, 인재, 규제 완화 어느 것 하나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AI 3대 강국'이라는 정부 전략에 민간 업계와 학계가 공감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제조업 기반, 인재들이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잊힌 도전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새 정부 출범과 신선한 발탁 인사를 계기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DNA가 다시 깨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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