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정부는 다음날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5년 임기를 바로 시작하게 된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 통상적인 2개월간의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것이다. 다섯 달간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조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지만 정부 출범 초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다. 단기간이라도 인수위를 운영해 새 정부가 원활하게 국정을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보완 입법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일반적인 선거에서 선출된 당선인만 최대 60일간 인수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처럼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는 인수위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국정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정부가 주요 현안을 인수인계해줄 시간과 의무가 없다면 새 정부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국정을 파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하더라도 국정의 상당 부분은 지속성을 요구한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된 외교, 국방 분야는 국정 이양 기간 작은 틈이라도 생겨선 안 된다. 한미 관세협상 역시 지금까지의 협상 경과와 전략에 대한 공유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할 때 인수위법도 유연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인수위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 시작 후 30일까지만 인수위가 존속할 수 있다.
대선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인수위의 중요한 역할이다. 선거 기간 쏟아낸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않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일부만 임기 내내 끌고 갈 국정과제로 삼고,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임기 초에 집중 추진하게 된다. 수많은 공약 중에서 공수표를 걸러내고 단기 과제와 장기 과제를 구분하는 작업은 인수위에서 관료 그룹과 전문가 그룹이 함께하는 게 효율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인수위 절차 생략에 따른 문제가 제기됐지만 당시에도 인수위 설치의 법적 근거가 미비해 준비 없이 국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특정 정치 세력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제의 보완과 원활한 국정 이양을 우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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