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첸 무어 힐튼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인터뷰 여행 '큰손' 韓 여행객 겨냥 아멕스·롯데카드와 손잡고 멤버십 트래블카드 만들어 일상 속 모은 카드 포인트 8600개 호텔서 쓸 수 있어 97%가 연회비 50만원 선택 프리미엄 숙박 경험에 호평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봐도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힐튼(Hilton)이 오랫동안 공들여 시장을 확대해온 세계 각국으로 적극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가치가 높은 관광 시장이죠."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그레첸 무어(Gretchen Moore) 힐튼 아시아태평양 마케팅&로열티 부문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트래블 카드'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여행 수요가 높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포진한 힐튼의 잠재적 소비층이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부터 힐튼 투숙까지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카드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은 한국 시장의 적극적인 여행 소비층을 겨냥해 롯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와 함께 전용 카드 2종을 지난 1월 출시했다. 호텔 브랜드와 카드사가 손잡고 선보이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로는 국내 최초다. PLCC는 특정 브랜드의 혜택을 극대화해 만든 카드다. 힐튼 충성고객에게 특화된 카드라는 뜻이다.
카드는 두 종류다. '힐튼 아너스 아멕스 프리미엄'(연회비 50만원)과 '힐튼 아너스 아멕스'(연회비 25만원)다. 힐튼의 '아너스 멤버십'과 연동된 글로벌 카드다. 쇼핑·식음료·항공 등 일상생활에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한편 적립한 포인트를 전 세계 139개국의 8600개 이상 힐튼 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이미 운영 중인 방식이다.
무어 부사장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멤버십 신용카드를 도입하고 싶었다"며 "콘래드·더블트리·월도프 등 힐튼의 24개 브랜드에서 고유의 환대(호스피털리티) 서비스를 전달하고, 힐튼이 추구하는 가치와 한국의 특색을 연결하고자 집중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 마련된 힐튼 브랜드 월. 힐튼
힐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한국 시장을 주시하며 소비자들의 포인트 사용 트렌드를 고민했다. 무어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지출을 하면서 얻는 포인트를 어떻게 쓰는지 생각해봤고, 여행의 경험으로 맞바꿀 수 있도록 추진했다"며 "여행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올해가 제휴카드를 출시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멤버십 카드는 힐튼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롯데카드의 3자 협업 구조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는 70여 년간 협업한 전통의 글로벌 파트너이고, 롯데카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인 동시에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잘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협업을 결정했다고 힐튼 측은 설명했다.
수많은 여행지와 그보다 다양한 수많은 호텔이 있는데 왜 소비자들은 힐튼 아너스 카드를 선택해야 할까. 무어 부사장은 "힐튼은 한국에 진출한 지 40년 이상 되면서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며 "고객들에게 호텔의 애프터눈 티를 비롯해 레스토랑 등 식음 사업의 강점을 보여주고,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까지 힐튼을 찾을 수 있도록하겠다"고 답했다. 또 그는 아시아 시장이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약하는 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시아는 아는 사람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친한 사람이나 믿는 사람의 이야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사람들에게 소구력 있는 유명인들과 협업의 서사를 쌓아 나가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무어 부사장은 "(향후 한국 시장에서) 추가로 인플루언서나 콘텐츠 제작자들과 협업해 힐튼 브랜드를 보여줄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무어 부사장은 코번트리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광고 기업 '오길비 앤 매더'와 사우스아프리카항공·카타르항공 등 항공사, 향수 기업 '몰튼 브라운',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이력이 화려하다.
힐튼을 비롯한 호텔 업종의 특징을 묻자 그는 "호텔 업종은 모든 것이 결국 사람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연인과 웨딩을 하는 등 사람이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분야"라며 "그만큼 사람들이 어떤 동기와 수요를 갖고 행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힐튼 아너스 카드도 이와 같은 고민 속에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며 쌓은 포인트를 특별한 경험에 쓸 수 있도록 만들자는 차원에서 기획했다.
힐튼 아멕스 카드는 출시 이후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임정빈 롯데카드 카드영업본부장은 "발급된 카드 중 97%가 연회비 50만원의 프리미엄 등급"이라며 "200만원대 객실 숙박도 가능한 리워드가 좋은 카드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