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3 12:29:22
李 대통령 콕 집은 ‘배당 성향 35%’
“주식을 부동산 버금가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1일 한국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코스피 5000’은 이 대통령의 ‘잘사니즘’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코스피 상승세가 뚜렷하다. 2022년 1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29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다양한 증시 부양책 중 단연 눈에 띄는 방안이 배당 촉진이다. 주주가 기업 주인으로서 배당으로 수익 내는, 투자 본질에 다가서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배당 증대를 위한 세제·제도 개편을 언급하며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韓, 대만·중국·일본보다도 낮아
이 대통령, 배당 증대 방안 고민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배당금으로 많이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배당을 너무 안 하는 나라다. 중국보다 안 하는 그런 나라”라며 “다른 나라는 우량주를 사서 중간 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하고, 내수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배당 촉진을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무조건 배당소득세를 내리는 것이 능사냐고 한다면 이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로 과세하기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대선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소영 의원 제안대로 배당 성향이 높은 데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방식(이 있다). 이 의원이 아마 (배당 성향) 35%를 넘는 경우에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법안을 낸 것 같다”며 “조세 재정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배당소득세를)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방법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밸류업 정책 발표를 위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국내 상장사 배당 성향은 26%다. 미국(42%), 일본(36%)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55%), 중국(31%), 인도(39%)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낮다. 국내 주식의 양도차익은 일부 대주주를 제외하면 비과세인 것과 달리 배당소득은 15.4%의 기본세율에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49.5%)까지 적용한다. 동일한 주식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불균형한 과세 체계로, 배당 확대 유인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배당 성향 35% 국내 기업 323개
주당배당금·배당수익률 같이 봐야
이 대통령이 배당 성향 35%를 콕 꼬집어 언급하며 ‘배당 잘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은 323개(코스피 170개·코스닥 153개)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13조원으로 전체 유가증권 시장, 코스닥 상장 기업 배당금의 26%에 해당한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무조건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보다 배당 성향이 평균 이상이면서 3년간 주당배당금(DPS·Dividend Per Share)을 유지하거나 이를 꾸준히 늘려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당배당금은 해당 주식 1개를 보유하고 있을 때 배당금을 얼마 받을 수 있을지 파악하는 지표다. 배당금 총액에서 발생 주식 수를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선 자신이 받을 배당금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배당 성향 35%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16곳. ▲기업은행 ▲강원랜드 ▲LG유플러스 ▲한전KPS ▲지역난방공사 ▲애경케미칼 ▲HD현대 ▲HD현대마린솔루션 ▲아모레퍼시픽홀딩스(아모레그룹주) ▲다우데이타 ▲한전기술 ▲아모레퍼시픽 ▲한진칼 ▲현대차증권(30~35%) ▲AK홀딩스(배당 성향 최대 35%) ▲제주항공(배당 성향 최대 35%) 등이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배당금을 받는 기업의 지배주주는 대부분 높은 세율 적용을 받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이 때문에 높은 세율로 배당을 늘려도 실수령액이 많이 줄어 배당 확대에 소극적이었을 것으로 유추된다”며 “배당세율 완화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된다”고 내다봤다.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 Ratio)로도 배당 잘하는 기업을 찾을 수 있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현재 주가×100’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원인 회사 주식을 한 주 매수해 배당금으로 500원을 받았다면 배당수익률은 5%다. 일반적으로 배당수익률이 5% 넘으면 ‘고배당주’로 분류한다. 하나증권은 ▲씨젠 ▲이마트 ▲오리온홀딩스 ▲한화솔루션 ▲HD현대미포 ▲두산 ▲강원랜드 등이 유리할 것으로 꼽았다. 실적이 좋고, 배당수익률과 배당 성향 모두가 높은 종목이다(표 참조).
유진투자증권은 현재(5월 30일) 주가 기준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5%이면서, 2023년 대비 2024년 배당이 늘어난 기업을 꼽았다. 금융사를 제외한 종목 가운데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GS ▲강원랜드 ▲현대엘리베이터 ▲모토닉 ▲에코마케팅 등이 이름을 올렸다.
분기·중간 등 배당 잦은 기업
결산 때만 주는 기업보다 배당 성향 높아
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배당 성향뿐 아니라 배당 주기가 짧은 기업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코스피 상장 기업 중 중간배당 비율은 11%, 분기배당은 3%였다. 86%에 달하는 기업은 결산배당만 실시한다. 반면 S&P500 기업은 95%가 분기배당을, 닛케이225 기업은 91%가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간·분기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지난해 평균 배당 성향은 51%로, 결산배당 기업(37%) 대비 높다. 중간·분기배당을 새로 실시하는 기업은 배당과 주주환원 확대 의지가 뚜렷하고, 배당 자원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중간·분기배당을 밝힌 기업은 22개다. 이 가운데 9개 기업은 지난해 도입을 완료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HD현대마린솔루션 ▲두산밥캣 ▲BNK금융지주 ▲SNT다이내믹스 등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현대차, 신한지주, POSCO홀딩스 등 17개 기업은 이미 분기배당을 실시해왔다. 정다솜 애널리스트는 “분기·중간배당은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 보유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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