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5 01:28:06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5월 2~8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9,800만 달러(약 1,370억 원)를 순매도 결제했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주식을 4억 달러 순매도한 데 이어 2주 연속 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놀라운 수익을 맛봤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관련주가 급등하면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며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서학개미 손실이 급격히 불어났다. 설상가상 최근 달러 약세(원화 강세) 현상마저 생겨나며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치우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 증시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난 가운데 원화마저 강세 전환하면서 환차손을 피하려는 것이다.
서학개미의 최애 종목인 테슬라는 최근 한 달(4월 10일~5월 9일) 순매수 금액이 2억 9,237만 달러(약 4,090억 원)로 올해 1월 5억 7,700만 달러(약 8,075억 원), 2월 7억 7,045만 달러(약 1조 780억 원) 등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순매수 2위가 미국 대표적인 배당 상장지수펀드(ETF)인 ‘슈드(SCHD)’일 정도로 개별 종목이나 레버리지 ETF 등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들었다.
최근 미국 증시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데도 서학개미들이 순매수를 줄이는 건 환율 영향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8일 1,479원까지 상승했다가 5월 8일 1,394원까지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사이클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할 경우 주가가 오르더라도 달러 가치가 떨어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감소 추세다. 최근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2조 7,372억 원 감소했다. 국내주식형(-14조 2,820억 원), 국내채권형(-4조 7,742억 원), 해외채권형(-4조 9,685억 원) 등 다른 유형 펀드의 감소폭을 크게 웃돈다. 북미펀드에서만 13조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빠졌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머니마켓펀드(MMF)로 설정액이 224조 2,04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갈 곳을 잃은 투자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미국 뉴욕 증시 ‘대장주’ 애플보다 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에 더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3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팔란티어 주식 보관액은 42억 6,000만 달러(약 6조 원)로, 애플 주식 보관액 41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를 넘어섰다. 팔란티어보다 주식 보관액이 더 큰 종목은 테슬라(193억 달러·27조 원)와 엔비디아(102억 달러·14조 3,000억 원) 둘뿐이었다. 연초만 하더라도 팔란티어와 애플의 보관액은 각각 23억 달러, 48억 달러로 애플이 팔란티어보다 2배 이상 많았으나, 지난 4월 25일부터 팔란티어 보관액이 애플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팔란티어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AI 주도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지난해 주가가 340% 폭등했고 올해도 연초 이후 53.6% 오르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Word 명순영 기자 Illust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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