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5 09:24:42
‘기술민족주의’ 적극 응전해야
구형 D램 접고 고사양 올인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의 ‘테크노 내셔널리즘(techno-nationalism·기술민족주의)’에 맞설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나 홀로 대응 방안을 세우는 건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의 경우 국가 안보에 맞먹는 핵심 산업인 만큼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덕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형 반도체 지원 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법인세 수입 감소는 물론이고 반도체 공장의 해외 유출도 우려된다. 적기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해 실질 GDP의 0.25%(약 5조5000억원)를 매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면 연간 성장률이 해마다 0.17%포인트(약 3조7000억원)씩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지원이 없을 경우 반도체 연구개발(R&D)이 급감해 성장률이 매년 0.16%포인트(약 3조5000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 차원에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타이완 비즈니스타임스 등 대만 언론사는 최근 삼성전자가 10㎚급(1z) 공정에서 구형 D램인 LPDDR4 8Gb 일부 품목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D램 생산 라인을 DDR5 등 고사양 제품 생산 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구형 D램 생산 중단에 나선 것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신 HBM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범용 D램에서 매출의 80~90%가 나온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D램 가격 하락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D램 사용을 확대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첨단 제품 위주로 체질을 개선해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 역시 고사양 제품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실적 설명회에서 “DDR4와 LPDDR4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한 자릿수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본다”며 “HBM과 DDR5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D램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해온 만큼, 이들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레거시 제품 생산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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