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2.07 13:09:19
환급금 11억도 나온다는 재건축 단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와 7단지에서 최대 11억원에 달하는 환급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목동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을 진행 중인 서울 강남권,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오히려 수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과 대비돼 주목을 받는다.
서울시와 양천구에 따르면 목동5·7단지에 대한 정비계획 공람 공고가 오는 2월 24일까지 진행 중이다. 두 단지 모두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공람 뒤 5·7단지는 주민설명회,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 구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간 목동신시가지에서는 14개 단지 가운데 9곳이 정비계획을 이미 공개했다. 목동4·6·10·14단지는 정비계획 공람을 마쳤고, 목동5·7·8·12·13단지는 공람 또는 재공람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1·2·3·9·11단지도 올 상반기 내 주민공람을 예정하고 있다. 사실상 1~14단지가 모두 재건축에 시동을 건 셈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공개된 5·7단지 정비계획이 유독 주목받은 이유는 서울 여느 인기 지역, 심지어 다른 목동 재건축 단지들과 비교해도 유독 높은 사업성 때문이다. 공람 내용에 따르면 5·7단지 모두 상당수 조합원이 오히려 환급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면적 아파트로 재건축을 해도 환급금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의 경우 평형을 늘려도 돈을 돌려받는 구조다.
국회로 가는 길목 5단지
50평 → 25평 옮기면 ‘17억 환급’
사업성이 어느 정도길래 역대급이라고 하는 걸까.
우선 5단지부터 살펴보자. 목동5단지는 대지 20만4003.2㎡에 있는 기존 15층 1848가구를 허물고 최고 49층 38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단지 인근에 목동 중심 학원가, 남쪽으로는 현대백화점, 메가박스 등이 밀집한 중심상업지구와 모두 가깝다. 5단지는 용적률(116.7%)이 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에 가장 낮고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29.2평, 1평은 3.3㎡)은 가장 크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5단지의 비례율은 100.42%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목동5단지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 65㎡를 보유한 사람이 재건축 이후 전용 59㎡를 공급받으면 4억6834만원을 환급받는다. 같은 사람이 전용 84㎡로 이동하더라도 1억1554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국민평형에 가까운 전용 93·95㎡ 소유주가 전용 84㎡로 옮길 경우에는 3억3119만원을 돌려받는다. 만약 같은 사람이 평형을 확 늘려 전용 99.9㎡를 배정받더라도 추가 분담금 없이 1989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전용 141~152㎡ 소유주가 평형을 확 줄여 전용 59㎡를 배정받는다면 17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가성비 좋은 대장주 7단지
36평 → 45평으로 옮겨도 ‘환급’
소형 평형이 많은 7단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더 좋다.
우선 7단지는 대지 22만9578.9㎡에 있는 기존 15층 2550가구를 최고 49층 4100가구 규모로 신축한다. 목동 번화가인 목동오거리를 끼고 있고 5호선 목동역과 접해 있다. 총 2550가구 규모로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큰데도 용적률은 여전히 120%대다. 단지 내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을 품고 있어 목동 일대 시세를 주도해온 대장 단지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7단지의 비례율은 102.16%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7단지 전용 53.88㎡를 보유한 사람이 비슷한 평형인 전용 59㎡로 옮겨 간다면 1억147만원을 환급받는다. 같은 소유주가 평형을 늘려 국민평형 전용 84㎡를 배정받더라도 3억8353만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되는 구조다.
같은 단지 전용 74.12㎡를 보유한 사람이 평형을 기존 집과 비슷한 전용 74㎡로 옮겨 간다면 환급금이 3억7950만원이다. 전용 84㎡를 배정받더라도 1억78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7단지에서 가장 큰 평형은 전용 101.2㎡인데 이 또한 가성비가 좋다. 전용 101.2㎡ 소유주가 전용 59㎡를 배정받을 경우 11억2198만원을 받게 된다. 같은 전용 101.2㎡로 40평대 아파트인 전용 114.99㎡를 배정받더라도 9698만원이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권, 여의도처럼 웬만한 인기 지역 저층 대단지가 아니면 정비사업 조합원도 일정 수준 분담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목동5·7단지는 중층 단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직 재건축 사업 초기인 만큼 정비계획에 공개된 추정분담금은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면서도 “가뜩이나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과정에서 분담금 부담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목동5·7단지의 환급금 수준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파격적인 환급금이 가능했던 배경은 높은 비례율 덕분이다. 비례율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금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며 재건축 사업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기존 자산 가격,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을수록 이 비례율이 높아진다. 비례율이 높아야 조합원 권리가액이 높아진다. 또 권리가액이 높아야 조합원 분담금(조합원 분양가액-조합원 권리가액)이 줄어드는 구조인데 목동5·7단지 비례율은 각각 100.42%, 102.16%다. 비례율이 높아진 건 풍부한 일반분양 물량 덕분이다. 7단지만 해도 전체 4100가구 중 104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비슷한 시기에 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을 고시한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는 추정 비례율이 73.15% 수준이다. 그래서 진흥아파트 33평형 아파트 소유자가 전용 84㎡로 옮기려면 3억723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면서 목동신시가지 일대 아파트는 위축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목동7단지 전용 101.2㎡는 지난해 12월 23일 26억8000만원(14층)에 실거래됐다. 같은 달 직전 거래가 25억7500만원(7층), 25억8000만원(4층)에 이뤄졌는데 정비계획 공람을 앞두고 시세가 1억원 더 올랐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목동5·7단지는 아직 정비구역 지정도 이뤄지지 않은 사업 극초기 단계 단지다. 건축심의 등 재건축 사업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변수가 있을 수 있어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목동 단지 선호도와 별개로 이번에 공개된 환급금 규모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라면서 “정확한 사업 비용과 분양가가 확정되기 전인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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