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LED 미디어파사드로 주목받은 한국관은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 미디어파사드에는 한국의 사계절 자연과 문화유산, 첨단 기술이 영상으로 구현돼 외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쏟아졌다. 전시관 내부는 세 구역으로 구성됐다. 인공지능(AI) 음악 체험관에서는 관람객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음악으로 변환해 들려준다. 이어 수소연료전지 체험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마이크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천장에 매달린 수소연료전지에서 물이 미스트 형태 물방울로 떨어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마지막 전시는 8분 분량의 K팝 영상 상영관이다. 대사 없이 영상과 음악만으로 세대 간 소통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펼쳐져 찬사가 쏟아진다. 박영환 한국관 관장은 "개막 이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이 약 90만명으로 전체 엑스포 입장객의 14%에 달한다"면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전시 콘텐츠의 일부가 되도록 체험형 전시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없는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호텔.
내가 만든 쓰레기…분리수거 체험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
이번 여행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이다. 이를 체험하기 위해 도쿠시마현의 제로 웨이스트 마을과 가가와현의 세토우치 예술제를 둘러봤다.
시코쿠 동쪽 구석의 도쿠시마는 매년 8월 오봉 연휴마다 엄청난 관광객이 모이는 아와오도리 축제로 유명하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나루토 소용돌이 해변도 볼거리다.
도쿠시마현의 작은 산골 마을 가미카쓰를 찾았다. 이곳은 일본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를 선언한 마을이다. 쓰레기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사무소, 주민이 한데 뭉쳐 이를 실현한 곳이다. 가마가쓰 마을에서는 2003년 제로 웨이스트 선언을 한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도전이다. 그 결과 재활용률 80%를 달성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사용한다.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란 쓸데없는 낭비나 쓰레기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생겨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아닌,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도 바꿔 1997년 9종, 2002년 34종, 지금은 13품목 43종까지 분리해 배출한다.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호텔 와이에선 손님이 직접 쓰레기 분리수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약식이긴 하지만 내가 만든 쓰레기는 다음 날 아침 분리해 배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로 웨이스트 호텔 와이는 2020년 5월 오픈했다. 건축가 나카무라 히로시가 '?' 모양의 평면 배치로 제로 웨이스트 센터와 호텔을 설계한 데서 비롯됐다. 호텔 외벽은 주민들에게 얻은 700장의 창틀 등 다양한 물품을 재활용해 건축했다. 현재 43종의 재활용 분리수거장과 재활용가게, 커뮤니티 홀 등이 있다.
주고쿠와 시코쿠 지역의 세토우치 해안.
섬과 섬이 이어지는 평화
세토우치 예술제
가가와현은 시코쿠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가가와현은 세토우치 예술제의 무대로 유명하다. 예술제는 세토우치 내 여러 섬을 무대로 3년에 한 번 개최된다. 2010년 시작된 현대아트 중심의 예술제인데 약 100일간의 회기는 봄, 여름, 가을 3시즌으로 구분돼 계절마다 다른 세토우치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예술제 기간 나오시마를 비롯해 메기지마, 오기지마 등 세토우치 내 여러 섬에선 다양한 상설 전시와 새로운 아트 작품이 선보인다. 올여름 시즌은 8월 1일부터 31일, 가을 시즌은 10월 3일부터 11월 9일까지 펼쳐진다.
가가와현 다카마쓰항 주변에는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 코어', 혼마 준의 '기다리는 사람' 등 작품이 2010년부터 전시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된다. 오기지마 섬에는 '오기지마의 혼' '오기지마 골목 벽화 프로젝트' '다코쓰보루' '걷는 방주' 같은 작품이 전시됐다. 메기지마에서는 '도깨비 기와 프로젝트' '갈매기주차장' '계단식 바람' '20세기의 회상' 등 작품이 눈길을 끈다.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 맛집으로 유명하다. 사누키 우동은 굵은 네모 모양에 끝이 편평한 면이 특징이다. 덴푸라 등 다양한 종류의 고명을 얹어 먹으면 더운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