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21 17:11:45
제임스 량 트립닷컴 회장이 전 세계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통 큰 여행을 선물했다. 목적지는 중국에서 떠오르는 도시 청두.
총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한 청두 여행 참가자는 총 1500명으로 트립닷컴과 거래하는 전 세계 항공사, 주요 호텔 그리고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등 다양하게 꾸렸다.
트립닷컴 그룹을 이끄는 주요 C레벨 경영진이 총출동한 이번 행사는 트립닷컴 연례 컨퍼런스 ‘인비젼 2025’ 일환으로 진행됐다.
202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인비젼 세미나는 트립닷컴 경영진과 전 세계 관광 업계 파트너가 한자리에 모여 여행 산업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글로벌 컨퍼런스다.
1500명이 함께 하는 행사는 15년 넘는 기자 경력을 가진 기자에게도 생소했다. 이 인원이 전부 어디서 먹고 자고 할까. 또 돈은 얼마가 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할 수준이었다.
상하이에서 청두까지 전세기 포함 비행기 10대를 띄우고 대형 버스 40여 대에 나눠타 도시 곳곳을 누볐다. 그야말로 ‘대륙적’이었던 청두 여행기를 전한다.
# 2300년 역사 품은 중국 5대 도시 청두
트립닷컴 그룹 차원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컨퍼런스 그리고 그 직후 펼쳐지는 대규모 행사 목적지는 그만큼 상징성을 가진다.
중국 서부의 중심 청두는 트립닷컴이 고른 2025년 가장 주목해야 할 여행지에 선정됐다. 참고로 지난해 컨퍼런스 이후 행사 장소는 장자제였다.
“청두는 예부터 풍요로운 곳이었어요. 자연재해 걱정도 없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 주민들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가이드 경력만 40년이라는 첸 지앤 선생님이 말했다. 청두는 현지 진행형으로 발전하는 도시다.
40년 전 첸 가이드가 처음 청두에 왔을 때 인구가 600만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200만명에 달한다. 2026년에는 2300만 그리고 5년 뒤에는 3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토록 도시가 급성장하는 데에는 산업 발전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청두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하이테크 산업지구를 3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중국 IT산업, 첨단기술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본고장이 바로 청두다.
첸 가이드는 “현재 중국 4대 도시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이라며 “청두는 현재 5위지만 몇 년 안으로 4대 도시 반열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마주한 청두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흥미로운 풍경을 보여줬다. 마천루 국제금융센터 옆에는 1600년대 지어진 절 주변으로 형성된 복합 상점거리 타이쿠 리가 펼쳐졌다.
전통 중국식 지붕이 돋보이는 낮은 건물에는 루이비통부터 구찌와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가 빼곡히 들어앉아 있었다. 청나라 시대 만들어진 건물이 늘어선 콴자이샹츠를 걸을 때는 마치 300년 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 청두 국제 무형문화유산 축제
여기서 도시 소개가 끝났으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청두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모든 발전이 2300년 넘는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 도시가 그렇듯 구도심과 신도심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도시 풍경을 자랑한다.
중국 사람이 가장 존경하는 문인 ‘두보’가 벼슬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고 사람들은 아직도 두보의 집을 찾아 그를 기리면서 운치를 즐긴다. 청두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과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 문화도시다.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가장 잘 알려주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청두 국제 무형문화유산 축제다.
2007년 처음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이 축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 무형문화유산 관련 국제 교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청두는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중국에는 총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중 소수민족이 가장 많이 사는 성이 바로 청두가 위치한 쓰촨성이다. 쓰촨성에는 26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고 있다.
올해 청두 국제 무형문화유산 축제는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트립닷컴 그룹과 협력해 진행됐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중국 소수민족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전통예술·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부대 행사로 중의학 체험존도 함께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28일 오전에 열린 개막식이었다. 주요 내빈 인사말이 끝나고 약 1시간 30분 동안 총 40개 공연이 메들리로 펼쳐졌다. 이중 해외 초청단의 공연은 13개였다.
한국도 있었다. 부산 브니엘예술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우리나라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김백봉 부채춤’을 선보였다. 먼 타국에서 익숙한 가락이 울려 퍼지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전통 한복을 입고 무대 중앙으로 등장한 학생들은 보자 함성이 절로 터졌다. 그 어느 팀보다 단아하고 기품있었다.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이번 부채춤 공연을 준비했다.
개막식이 끝나고는 엑스포 공원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둘러봤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중국 의학 체험존이었다.
한방 약재 전시는 물론 침술 시연과 전통 마사지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서양권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영국에서 온 한 기자는 웃통을 훌러덩 벗고 부황과 뜸 체험을 했고 멕시코에서 온 사진작가는 번역기를 열심히 사용해가면서 진맥을 받았다.
이날 현장에는 청두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병원과 의원이 총출동했다. 기본 역사가 300~400년은 훌쩍 넘는 전통의 명가들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중국은 달랐다. 체험존에서 청두 명의가 직접 나와 침을 놓고 뜸을 놨다.
몸소 체험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전달방법은 없다. 모임 시간에 살짝 늦은 영국 기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부황이 얼마나 좋았는지 연신 떠들어댔다.
# 푸바오가 사는 곳, 판다의 고장
청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판다다. 지난해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 푸바오도 지금 청두에 살고 있다.
푸바오가 서식하는 곳은 워룽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기지로 청두 시내에서 차를 타고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워룽 선수핑 기지는 접근성이 어렵다. 여행사가 판매 중인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일정상 워룽 선수핑 기지까지는 가지 못했다. 대신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판다 ‘화화’가 살고 있다는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청두 시내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햇볕이 없고 흐린 날씨를 간절히 원했는데, 어젯밤 저의 기도가 이루어졌나 봅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만 같은 날씨였지만 첸 선생님은 외려 궂은 하늘을 반겼다.
이유는 판다들이 더운 날씨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볕이 너무 강하면 판다들이 야외에 나오지 않고 실내에만 머문다.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 청두는 판다의 도시로 불린다. 바로 이 쓰촨에서 야생 판다가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869년 프랑스 선교사가 쓰촨성 바오싱현(宝兴县) 산악지대에서 야생 판다를 처음 발견했다. 지금도 그 지역은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쓰촨성은 중국에서 자연 보호구역이 가장 많은 성으로 현재 총 16개 자연 보호구역이 있다고. 참고로 앞서 소개한 푸바오의 집 ‘워룽 지구’는 1982년에 WWF(세계자연기금)과 협력해 설립한 첫 보호구역이다.
현재 중국 전체 야생 판다수는 약 1900마리로 이중 약 72%가 쓰촨성에 산다. 청두시 권역에만 현재 총 4개의 판다 사육 기지가 있는데, 앞서 설명한 두 곳 외에 나머지 두 곳은 근교 도시 두장옌에 위치한다.
1980년대 후반 청두에 처음 판다 사육기지가 생겼을 때 겨우 6마리 판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 200마리 이상으로 개체수가 늘었다.
판다기지에서는 주로 판다의 번식을 돕고 판다의 생태와 행동 등에 대해 연구한다. 야생 복귀 훈련을 하거나 나이가 들어 노쇠한 판다를 돌보는 양로원 기능을 하는 기지도 있다.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 면적은 약 3㎢로 약 90만평에 달한다. 감이 잘 안 온다면 국내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비교해보자.
에버랜드 전체 면적은 약 45만평(148만 8000㎡)으로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가 약 2배 더 넓은 것이다. 자연 지형을 살려 만들었기 때문에 곳곳에 언덕도 있다. 워낙 규모가 방대해 기지 안에서 카트를 타고 둘러보는 투어도 운영 중이다.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는 크게 △판다 크릭 밸리 △판다 포레스트 △판다 리셉션홀 △판다 빌라로 나뉘는데 이날은 판다 포레스트를 집중적으로 봤다.
판다의 자연 서식지와 가장 흡사하게 만들어 놓은 방사형 우리에서 자유롭게 판다를 관찰 할 수 있다. 처음엔 그저 판다의 뒷모습만 봐도 좋았다.
워낙 움직임이 적은 동물이라고 들어서 기대를 안 했는데 이날은 판다 두 마리가 부둥켜 노는 모습도 보고 나무 높은 곳에 올라 발 한쪽을 퉁퉁 튕겨대는 판다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판다가 엎드려서 노란 똥을 싸는 장면도 목격했다. 한 번에 많은 판다를 본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도 처음이라 관찰하는 내내 신기해서 탄성을 질렀다.
청두(중국)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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