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베르트 케트너 빈 관광청 대표 도시와 여행 균형을 만든 오스트리아 빈 관광객 수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도시 문화와 균형 지키는 도시의 스위트 스폿 마이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
빈 관광청
연간 1700만명이 찾는 도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꾸준히 꼽혀왔고 2020년에는 '세계 최고의 녹색 도시' 1위로 선정됐다.
빈은 유럽 인기 여행지지만, 도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방문객 수가 아니다. 빈 관광청이 최근 내놓은 새로운 전략인 '최적의 관광(Optimum Tourism)'의 핵심도 같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맞게'. 핵심은 '누가 오느냐'다. 관광을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빈의 해법은 홍보나 유치 경쟁이 아니라 '균형'이다.
여행플러스는 노르베르트 케트너(Norbert Kettner) 빈 관광청 대표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변화한 여행 환경 속에서 관광이 도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빈이 찾은 답을 들었다.
케트너 대표는 "팬데믹 이후 관광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고 전략도 이런 흐름에 맞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빈이 지키고자 하는 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정체성이다. 방문객 증가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만족이 우선이다. 최근 유럽 주요 관광지가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는 가운데, 빈은 애초에 유치 경쟁을 택하지 않았다. 사람을 끌어들이기보다 머물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다.
관광청은 매달 시민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다. 수치는 놀랍다. 시민의 90%가 관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방문객 90%는 빈을 주변에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케트너 대표는 "시민과 여행자 모두가 불편함 없이 도시를 누릴 수 있는 이 균형점이 바로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며 "도시와 관광이 나란히 잘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수치는 정책에도 반영된다. 관광청은 코넬리아 들라바야 빈 응용과학대 교수와 함께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준을 세운다. 케트너 대표는 "도시계획과 관광 전략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도시들과도 공유할 수 있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빈은 유엔 산하 지속가능관광관측소 국제네트워크(INSTO)에 가입한 뒤 관광 정책을 구체화했다. 케트너 대표는 "기후 보호, 교통, 쓰레기 관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주민과 함께 책임 있는 관광 성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공유했다.
빈은 방문객 수보다 관광의 질을 우선한다. 케트너 대표는 "도시가 관광을 위해 뭘 해줘야 하느냐가 아니라, 관광이 도시를 위해 뭘 할 수 있느냐를 늘 되묻는다"고 전했다. 대규모 단체관광보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자유여행객, 마이스 행사 참가자, 고급 소비력을 갖춘 여행자에 집중한다. 이런 이상적인 방문객이 전체 관광객의 3분의 2가 되는 것이 목표다.
예술 애호가에게 빈은 매력적인 도시다. 다채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 문화행사, 재개장한 빈 박물관(Wien Museum), 커피하우스가 밀집한 레오폴트슈타트, 포도밭이 펼쳐진 되블링 지역까지. 케트너 대표는 "한국 여행자들이 관광객보다는 도시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을 이었다.
빈은 여행자 성향에 맞춘 콘텐츠 전략도 운영한다. "취향이 뚜렷한 여행자를 위한 미식 체험이나 문화행사 소식을 선별해 전한다"고 케트너 대표는 부연했다.
빈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에 강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63만명이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했고 총 숙박은 160만박에 달했다. 전체 숙박의 9%에 해당한다.
특히 학술회의 중 의학 분야가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케트너 대표는 "자연과학, 기술, 정치,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유엔 본부와 연구기관이 밀집해 국제회의 유치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케트너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오는 회의 참가자가 늘었다"며 "아직 공식적인 유치 제안은 많지 않지만 언제나 협력할 기회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