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는 논쟁적 인물이다. 중국 최다의 금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현실을 은유적으로, 매우 날카로운 문체로 써왔다. 그 때문인지 옌롄커 책 중엔 자국 정부가 출판과 비평을 금지한 책이 많다.
산문집 '침묵과 한숨'은 중국식 글쓰기 상황에 대한 옌롄커의 날카로운 비판서다.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 1순위로 회자할 명저인데, 이 책에서 그는 중국식 글쓰기 환경을 냉정하게 들여다본다.
옌롄커의 눈에 중국 사회는 '반쯤 열린 창문'과 같다.
경제는 한참 앞서 달리지만, 정치는 휴식 내지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왜 그런가. 경제의 창문은 활짝 밀어젖히지만, 정치의 창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다.
경제와 정치가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문화의 창문은 반쯤만 열려 있다고 그는 본다. 때로 창문은 열린 틈으로 빛을 모으지만 대부분 시간은 닫혀 있어 사람들, 특히 작가들은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중이다.
"밝기와 어둡기가 일정치 않고 냉기와 열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14억 중국인은 정신과 영혼, 인성마저 항상성(homeostasis)을 나타내지 못해 갈수록 타락하고 어두워진다."
이때 옌롄커가 생각하는 중국 작가의 선택은 셋 중 하나다.
우선, 빛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빛을 써서 글을 쓰니 명예와 지위가 아침마다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
다음으로, 빛을 차용해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빛과 그림자의 존재를 알기에, 빛을 '빌려 쓰는'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빛에 보답하고자 창문 뒤의 진상은 회피한다.
끝으로, 빛을 넘어 곧장 어둠으로 직진하는 부류다.
저 어둠엔 '진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빛을 배반하는 일이므로, 이런 글쓰기는 한생을 건 모험이 된다. 이들의 작품은 회의, 쟁론, 비난의 대상이 된다.
옌롄커는 어둠과 그림자를 쓰는 셋째 부류의 작가다.
"현실에 기초하여 가장 진실하게 인간의 깊은 영혼을 묘사하는 것은 원래 하늘과 땅의 본질적인 원리에 관한 일이자 신이 작가에게 부여한 책임이자 의무다."
1958년생인 옌롄커는 어느덧 칠십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세기의 좋은 소설은 미궁 속의 등불과 같아야 함을 안다. 그러나 아직도 스스로 만족하는 등불 같은 작품을 써내지 못했노라고 진솔하고 담담히 이 책에 고백한다.
"내 나이는, 서글프기에 충분한 나이다. 나의 이상은 그저 '내가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한 편 써내는 것뿐이다. 나의 글쓰기는 미지와 회의 속에서 쉬지 않고 뭔가를 찾으면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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