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7 06:00:00
내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춘천입니다.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내며, 키와 꿈이 자란 곳입니다.
춘천의 겨울은 1980년대 국민학생들에겐 혹독했습니다. 특히, 전교생 조회가 있던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은 아주 고통스러웠습니다. 면도날처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산중턱 운동장에, 일곱 살부터 열세 살짜리 아이들이 학도병처럼 도열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주옥 같은 말씀이 확성기를 타고 오래오래 교정에 울려 퍼졌습니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귀 끝과 발가락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린 곳을 감싸거나 비빌 수 없었습니다. 참을성이 없는 ‘나약한 어린이’라는 선생님의 손가락질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저 감각이 무뎌져 가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교장 수령님의 위대한 말씀이 끝나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운동장 조회가 없는 겨울방학은 고통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휴가이자 피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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