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8 17:23:44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실제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으로, 높은 가격 변동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주목받으며,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조만간 국내외 상거래 뿐 아니라 국제 지급결제까지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지급결제 시장이 급변할 것이 예상되고 이미 비자(VISA)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도 암호자산 기반의 지급결제서비스를 선보인지 오래다. 자칫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밀리기 전에 우리도 서둘러 규제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단계 입법 후, 2단계 입법 과제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마련이 정부에 주문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으로 저장하고 이전하는 점에서 전자화폐나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유사한 지급수단 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현금 교환성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선불전자지급수단과 더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기술(DLT)을 사용하고 중앙 통제 기관 없이 운영되는 특성상, 현행 전금법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감독에 대한 명확한 규제 근거가 없다. 이 공백은 스테이블코인 시세 급락이나 환불 불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자금세탁 방지 어려움 등 다차원적인 위험을 내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이 나타나며 통화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화폐로 보고 연방 정부의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미국은 2025년 6월 17일 상원을 통과한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 지침 및 확립 법안(GENIUS Act)’을 통해 지급결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규제, 감독을 위한 종합적인 연방 규제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발행자를 연방 규제를 받는 은행 등으로 제한하고, 미국 달러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1:1 완전 담보를 의무화하며, 월별 준비금 공개 공시와 연간 독립 감사를 요구한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제재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비증권으로 정의하여 혁신과 소비자 보호,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은행 예금 대체로 인한 금융 중개 기능 약화, 중앙은행 통화 정책 실효성 저해, 자본 유출입 통제 어려움 등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은 유형별 차등 규제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제도권 편입을 위해서는 이미 전자화폐가 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 기반의 전자화폐 또는 선불지급수단을 정의하고, 스테이블코인의 특성과 위험을 반영한 구체적인 규제 체계를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법에 ‘분산원장 기반 전자지급수단’이란 새로운 정의를 신설하고, 스테이블코인의 안정화 메커니즘과 위험도에 따라 차등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원화 기반 전자화폐 토큰은 기존 전자화폐 수준으로, 자산 준거 토큰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준하여 규제하며, 위험성이 높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지급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발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발행 주체를 법인으로 제한하고 안전한 준비자산의 외부 예치 의무를 법제화하여 이용자 보호 및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발행자 정보, 상환 권리, 준비자산 현황 등 상세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금융당국이 중대한 위험 발생 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법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기존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여 스테이블코인의 제한적 실증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미래 규제 설계를 위한 중요한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샌드박스 운영 기간 동안 발행자의 준비금 관리, 이용자 자산 분리 보관, 상환 메커니즘 등 핵심적인 이용자 보호 장치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거래 처리 속도, 안정성, 보안성, 수수료 구조 등을 실제 환경에서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실증은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실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제도권 편입은 그 본질과 파급효과를 깊이 이해하고 국제적 동향을 반영한 포괄적이고 유연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레닷페이 같은 암호자산 기반 지급결제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우리 옆에 와 있다. 혁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신중하고도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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