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에서 기용됐어도 신망 높았을 뛰어난 '투톱' 대통령의 檢개혁 완수의지 더 굳건하게 느껴지는 인사
임은정, 안미현 두 '소신파' 여검사들이 최근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임 검사는 이달 초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승진해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 역할을 잘 감당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의사 역할이란 표적 수사,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의 탈선을 바로잡기 위해선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해체에 가까운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이에 안미현 검사는 "바뀌어야 할 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수사 경험에 따른 수사·기소 분리 반대 의견에 대해 임 검사장이 "지금은 항변을 할 때가 아니다"고 메신저를 보내자 "정치검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우선 두 검사의 논쟁에 큰 박수를 보낸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만 보면 임 검사장은 안 검사를 개혁 저항 검사로, 안 검사는 임 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매도한 듯 느껴진다. 하지만 선의로 본다면 임 검사장은 정치권의 힘을 빌려서라도 검찰에 근본적 메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또 안 검사는 수사·기소 분리는 결국 정치적 캠페인일 뿐 정치로부터의 중립·독립이 검찰개혁의 요체라는 생각이다.
이 두 일선 검사의 솔직한 논쟁은 반드시 공론의 장에 올려 향후의 검찰개혁 논의에서 충분히 토론돼야 한다. 한국의 검찰이 어떻게 바뀌느냐는 문제는 특정 정권이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될, 국가 백년대계에 속하는 절체절명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수의를 입고 재수감된 지금,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의 방향이 과연 국민 민복과 사법정의 실현에 부합하느냐 하는 점이다. 비대해진 경찰이 검찰보다 오히려 더 무능하고 정치적일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것은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인선을 보면서다. 검찰개혁의 주역에 정성호, 봉욱이란 합리적이고 신망받는 인사들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38년 지기(知己)이자 '친명'의 좌장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떠나 가장 적임자라는 게 중론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반대 정당과도 소통하고 신뢰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사법개혁 특위나 인사청문회 시절 상대 당 의원을 공박하거나 제지하는 경우가 없었다. 오히려 자당(自당)의 추미애 의원에게 "정도껏 하세요, 좀"이라고 주의를 줬다가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공격을 받았을 정도다. 그는 검찰개혁에 대해 "법안이니 야당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사실 두 사람은 보수정권에서 기용돼도 손색이 없을 인사들이다. 봉욱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과 검찰총장직을 놓고 경합했으나 수사·기소 분리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집안 출신으로 보수·진보정권에 관계없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음에도 검찰의 패거리 문화와는 거리를 둔 학구적인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人事)에 대해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 이런 걸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신정부의 법무장관·민정수석으로 정청래 의원이나 강성 운동권 학자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온건하고 훌륭한 인물들을 기용해 검찰개혁을 콘크리트처럼 완성해내려는 이 대통령이 무섭게까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