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5일은 내게 여러 가지로 특별한 날이었다. 짐작하겠지만 이날은 스승의 날이었다. 대학교 총장에게 스승의 날은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과 함께 교육자로서 나와 학교를 돌아보는 날이다.
또 이날은 1946년 5월 15일 '조선정치학관'으로 출발한 건국대의 개교기념일이자 조선시대 가장 많은 인재를 길러낸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항상 5월 15일은 학교의 교육 이념인 '성(誠), 신(信), 의(義)'를 갖춘 인재를 잘 육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건국대 학생들을 가르쳤던 한 스승으로부터 고마운 선물을 받았다. 2005년 설립 이후 한국의 인재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온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의 김정옥 이사장께서 "학교와 학생 지원, 인문학 진흥에 써 달라"면서 거액을 기부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건국대에서 교수로 근무하셨는데, 지금까지 30년 넘게 사랑의 기부를 이어왔다. 모친인 김희경 초대 재단 이사장의 '인재 사랑과 사회 환원'의 뜻을 김 이사장이 이어가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입생이었던 1983년, 학교에 막 부임한 김 이사장께 독일어를 배운 인연도 있다.
이달 초에는 10여 년째 건국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자양교회가 '앤더슨(한국명 안대선) 장학회' 명의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고향인 미국을 떠나 1924년 자양교회를 설립하고, 평생 한국에서 선교와 봉사를 했던 앤더슨 선교사를 기리는 취지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70명 이상의 건국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이역만리 한국과 연을 맺은 한 선교사의 '한국 사랑'이 100년 뒤에도 인재 육성의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평생 근무한 학교에서 퇴임하며 장학금을 전달하는 직원 들과 교수들, 후배들을 위해 거액을 쾌척하는 동문들, 학교의 교육 취지에 동감해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전달해 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부금의 다소를 떠나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눔과 기여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하며 많은 수고를 하셨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관심과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실력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재라는 평판을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학교의 교육 이념인 '성신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성실하고, 신뢰를 받고, 안주하지 않으며, 받은 사랑과 관심을 사회와 이웃에 나눌 줄 알기 때문이다. '감사는 기적을 만든다'는 말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감사는 보통 사람과 나를 구분하는 중요한 실력이자 나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 인터뷰에서 "당신은 건국에서 무엇을 배우셨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성신의'를 배웠습니다" 혹은 "저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답하기를 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제2의 김희경, 김정옥, 앤더슨 같은 분들이 우리 학생들 중 끊임없이 배출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