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04 15:10:40
“해법은 명확하다. 결국 노인 세대들은 집단 자살 또는 집단 할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2023년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던 문장입니다. 심지어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나리타 유스케 예일대 경제학 조교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시끌시끌했죠. 나리타 조교수는 “노인들에 대한 안락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나리타 조교수는 “노인들이 사회 주도권을 차지하지 말고 젊은 층에 양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추상적 은유였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심하게 도가 지나친 말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죠. 발언도 발언이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 상황이었습니다. 일본 젊은이 수십만명이 나리타 조교수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하는 등 일종의 팬덤 현상이 벌어졌죠. 지금도 심각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세대 간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오래전부터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했고, 합법화될 거라 믿었습니다. 찬성 이유는 당연히 존엄하게 살다 존엄하게 가고 싶어서죠.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지만 삶인지 죽음인지, 심지어 죽음보다 못한 삶은 살고 싶지 않다는 막연한 생각이라 할까요. 하지만 속마음 중 한 가지는 조만간 도래할 초초초초~고령화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아직 합법화되지 않은 존엄사를 사회가 (특히 젊은 세대가) 못 이기는 척, 진짜 노인의 존엄을 걱정하는 척 ‘합법화’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하면서요. 벌써부터 국민연금을 두고 젊은 세대 불만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걸 보면 그리 먼 미래도 아닐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만 65세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죠.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7%까지 높아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됩니다. 한국은행은 초고령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2040년대 1%를 밑돌며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지만, 그렇다고 별반 달라질 것도 없는 미래인지라 상상만 해도 겁이 덜컥덜컥 납니다. 한편, 어쩌면 우리 모두 ‘노인포비아’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자문해봅니다. ‘실현되지 않을 디스토피아’를 ‘정해진 미래’라 믿고 미리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요.
매경이코노미 창간 46주년을 맞아 ‘슬기로운 초고령화 생활’ 특집기사를 준비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막연하게 걱정하는 대신 ‘슬기롭게’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좀 더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실제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이 한발 앞서 ‘슬기로운 초고령화 생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에 벤치마킹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정답이 뭐냐고요? 정답이 있겠습니까. 다만, 실마리는 찾았습니다. ‘초고령화’를 바라보는 시선이죠. 핵심은 ‘공생 돌봄’입니다. ‘돌봄’ 앞에 ‘공생’이 덧붙여졌습니다. 노인이 그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돌봄의 대상’이라는 거죠.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매경이코노미 46주년 창간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p.78~93).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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