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5 13:12:08
“너는 똑똑한 사람이 되기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거라.” 제프 베이조스가 열두 살 때, 그의 할머니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당시 베이조스는 흡연이 수명을 얼마나 단축시키는지를 계산해낸 뒤,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몇 년밖에 못 사실 거예요”라고 말한 직후였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답은 옳았지만, 따뜻함이 없었다. 그날 이후 베이조스는 “지적 명확성만으로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겼다고 회고했다.
공감의 효능은 막연한 유추만은 아니다. 글로벌 리더십 지원기관인 카탈리스트의 2025년 보고서 ‘위기 상황과 그 너머의 공감의 힘(2판)’에 따르면, 공감 능력이 높은 리더와 일하는 직원의 61%가 ‘항상 혹은 자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다고 응답했다. 반면 공감 능력이 낮은 리더의 경우, 그 수치는 고작 13%에 불과했다. 이직률 역시 공감이 높은 리더 아래에서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번아웃 비율 역시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공감은 현장에서 충돌하고 부딪히는 리더십의 딜레마다. 다정형 리더는 넘쳐서, 냉정형 리더는 부족해서 콤플렉스를 느낀다. 단순한 인간미를 넘어, 효과성을 높이는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 나는 원래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사람에 대해 좀 둔감하다. 내 스스로도 그렇고, 주위 평도 마찬가지다. 각종 진단에서도 전략, 분석, 논리형이 일관되게 나온다. 이럴 경우, 공감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코치: 공감은 타고나는 성향만은 아니다. 공감의 3가지 종류를 이해하면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공감에는 3H, 즉 가슴(Heart)의 공감 외에 머리(Head)의 인지적 공감, 손발( Hand)의 실행이 있다.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연결하고, 손발로 실천하는 기술의 조합이다. 논리형 리더는 이 세 요소 중 인지와 행동에서 이미 강점을 가지고 있다. 정서적 공감은 ‘표현 학습’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베이조스처럼 똑똑함에서 따뜻함으로 건너가려면, 정답을 찾기보다 맥락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Q. 나는 반대로 ‘다정이 병이 되는’ 온정형 리더다. 팀원들 이야기를 들어주며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은 좋은데… 감정적으로도 번아웃이 올 때도 있다.
김 코치: 공감은 감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리더의 전략적 언어다. 먼저 구별해야 할 개념이 있다. 공감(empathy), 감정 동조(sympathy), 동정(pity)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적절한 거리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감정 동조는 상대의 감정에 같이 빠져드는 반응이다. 동정은 타인을 무력한 존재로 보는 우월감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Q. 공감의 3종류 중 머리와 가슴 차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실행의 공감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서서 해결해줄 수도 없는 게 현실인데….
김 코치: 공감은 감정을 받아들이되, 행동과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단지 “그래서 어땠어. 나라도 힘들겠다. 너가 옳아”라고 듣기만 하는 것은 감정 소비로 끝나기 쉽고, 실질적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공감은 정서가 아니라 조치(action)이고, 위로가 아니라 설계(design)다.
가령 팀원이 진상 고객과 통화 중 격해져 다툼을 벌여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해보자. 당신은 리더로서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스타벅스의 LATTE(라떼) 대화법은 리더의 공감 화법에 시사점을 준다. 라떼 화법이란 Listen carefully(주의 깊게 듣는다), Acknowledge the problem(문제를 인정한다), Take action to solve(해결을 위한 행동을 한다), Thank the person(감사 인사를 전한다), Explain what you‘ve done(조치 내용을 설명한다)을 뜻한다.
위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당황했을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제일 힘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L + A) “이건 한번에 그칠 문제는 아니야. 이번에 고객 컴플레인 대응 매뉴얼을 한 번 검토해보자.”(T + E) “이번 상황을 공유해줘서 고마워. 차 한잔 마시고 감정 가라앉히도록 잠시 쉬고 오도록 해.”(T + T) 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Q. 공감은 마음속 느낌이 아니라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공감을 똑같이 표현해도 어떤 사람에겐 먹히고, 어떤 사람에겐 막힌다.
김 코치: 공감은 ‘모두에게 좋은 말’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는 말’이 되어야 효과를 낸다. 공감은 상대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공감 언어는 달라져야 한다.
가령 남성 구성원에게 통하는 공감 언어는 성과 기반 신뢰 표현이다. 자신의 기여나 책임감을 존중해주는 메시지에서 공감받는다. 감정적 표현보다 역할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여성 구성원에겐 구체적 배려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여성은 감정 노동과 이중 부담(가사·육아 등)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말로만’이 아닌 구체적이고 생활 친화적인 배려에서 공감을 느낀다. 저성과자, 비정규직 직원 등은 조직 내에서 반복적으로 차별적 대우를 경험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 존재와 경험’이 이해받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직접적이거나 두루뭉술한 위로보다, 그 사람의 경험과 시각을 진지하게 요청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공감 포인트다.
Q. 공감이 중요하다고 해서 소수자나 약자에게 배려를 표현했더니, 다른 팀원들이 ‘왜 특정인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리더로서 따뜻한 공감 조직을 만들어보고자 했는데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코치: 공감과 공정 사이 딜레마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공감은 포용성과 몰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일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되면 오히려 불신과 배제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성찰 질문은 3가지다.
첫째, 구성원에게 맥락을 설명했는가? 특정 구성원이 건강, 돌봄 문제 등 어려운 상황이 명확히 존재하는 경우다. 이는 배려이지 특혜가 아니다. 단 그 이유와 맥락을 전체에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누구만 배려하고 특혜를 주는’ 리더라는 오해로 바뀐다. 둘째, 공감을 두루 고루 표현하고 있는가?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만 작동하면 공감 독점으로 편 가르기가 된다. 모든 팀원에게 공통 질문이나 정기적인 체크인 루틴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개인의 기준이 아니라 공동의 기준으로 만들었는가? 특정인을 위한 조치가 있다면, 왜 그런 조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기준 확장이 필요하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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