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1 21:00:00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한 대목이다.
사람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갈래길에서 선택을 통해 인생을 만든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선택에 따라 방향을 선회하고 국민의 운명을 바꾼다.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당선자는 감개무량할 것이다. 취임 직후, 합참의장으로부터 군 통수권 보고를 받는 순간 ‘대한민국 최고책임자’로서 뿌듯함이 온몸을 감쌀 것이다. 국무총리, 장관, 국정원장, 대사를 포함해 조각은 대통령의 핵심 권한이다. 대통령이 결정하는 자리가 3만개쯤 된다. 인사 선택은 ‘절대 반지’를 낀 느낌일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를 탈 땐 더 실감이 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실의 책상에 앉는 순간, 과업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하반기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의 양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29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반 토막 냈다. 27일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 전망을 당초 2.2% 증가에서 1.9% 감소로 확 낮췄다.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는 하반기에 10% 이상 감소해 연평균 -8%로 전망된다. 내수도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모든 후보들이 공약으로 ‘AI 강국’의 기치를 올렸지만 고용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이미 관리직, 비서, 통역 등의 자리를 줄여 AI로 대체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채용이 수천 개씩 사라진다는 뜻이다.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도 청년 취업에 독이다. 청년실업률은 올 3월 7.5%로 작년보다 크게 악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불확실성도 큰 벽이다. 관세를 높이는 만큼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기업들은 자금 부족에 대비해 크레디트라인(신용 한도)을 수조원씩 설정하고 있다.
경제가 쪼그라들면 사회적 약자부터 충격이 온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20조~30조원의 추경부터 하겠지만 ‘코끼리 비스킷’이다. 문재인정부가 무려 400조원의 나랏빚을 늘려놨다. 새 정부가 쓸 재원으로 흥청망청 즐기고 간 셈이다. 그래서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릴 여력도 작다. 1996년 같은 외환위기를 감수할 순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한국은 ‘피크아웃(Peak Out·하락 전환)’ 절벽 앞이다.
신임 대통령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사회의 군살을 빼고 체질을 개선해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처럼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쪽이다. 쉽지는 않다. 줄줄 새는 재정을 단속하고 노조와 기업을 설득하고 본인부터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 후손에게 혜택을 주는 선택이다. 이러면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반대다. 방만하게 포퓰리즘으로 가는 쪽이다. 나랏빚은 커지고 다음 세대 허리가 휠 것이다. 경제 악화의 불만을 돌리려 기업인, 금융인, 거대 자산가를 때리는 전략은 옵션이다. 후손들은 황폐한 나라에 살게 된다. 역사엔 망국의 원흉으로 남을 것이다.
전자는 훌륭한 지도자로 꼽히는 처칠, 드골, 레이건, 대처 등의 길이다. 후자는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망친 페론, 카다피, 차베스, 무가베 등의 길이다.
다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다.
‘훗날에 어디선가 얘기할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의 선택, 그렇게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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