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30 21:00:00
“왜그 한마디에 욱하고 말았을까.” “왜 나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화를 분출했을까.”
회의 중, 메신저에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리더의 감정 폭발은 일순간에 리더십 전체를 흔들어놓는다. 회의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 리더들은 ‘지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자신의 감정적 태도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한다.
실제로 ‘분노 조절’은 코칭의 단골 주제다. “순간의 화를 참아야만 리더십을 지킬 수 있다” “화 한번 잘못 내는 바람에 공들여 쌓아온 리더십 마일리지를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다. ‘분노를 조절하라’는 조언과 명언만 모아도 두꺼운 사전 한 권 정도는 쉽게 채울 수 있다. 문제는 분노를 다루기 위한 노력들이 ‘결심-실패-후회-다시 결심’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반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분노’에 대한 근본적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노는 리더가 무조건 물리쳐야 하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리더십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신호다.
Q. 나는 평소 차분하고 전략적인 리더란 평판을 듣는다. 하지만 회의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공격적인 말을 내뱉곤 한다. 어떻게 하면 나도 모르게 화내는 습관을 조절할 수 있을까?
김 코치: 감정과 감성은 다르다. ‘감정적’이란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휩쓸려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상태이고, ‘감성적’이란 감정의 존재를 인식한 후 의식적으로 조율하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즉, 감정 관리는 느낌을 없애는 게 아니라, 느낌을 빠르게 알아채고 초기 대응하는 역량이다. 사람들은 흔히 분노를 충동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한 심리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감정 삼각형’이다. 감정 삼각형은 생각(Mind), 몸(Body), 행동(Behaviour)이라는 세 요소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한 틀이다. 예컨대, 회의 중 팀원이 못마땅한 반론을 제기했을 때를 보자. 순간적으로 ‘무시당했다’는 생각(생각)이 떠오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뒷골이 당기는 신호(몸)가 오고, 결국 목소리를 높이며 냉소적인 말을 내뱉게 된다(행동). 이 흐름을 이해하면 분노는 본능이 아니라 조율 가능한 신호가 된다.
분노를 조율하려면 다음 질문을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던져야 한다. 첫째, “감정을 느낀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인가?” 둘째, “분노가 시작될 때 내 몸의 첫 번째 경고 신호는 어디에서 나타나는가?” 마지막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Q. 매번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항상 참기만 할 수도 없는 게 조직 생활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화를 드러내는 것이 적절할까? 그 기준은 무엇인가.
김 코치: 리더에게 감정 관리는 단순한 억제가 아니라 전진과 퇴각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감정을 표현할 때 핵심은 그것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 개인적 분출인가’라는 기준이다.
이를 판단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이 ‘골디락스 감정존(Goldilocks Emotional Zone)’이다.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주인공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고른 것처럼, 리더도 최적의 감정 존에서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존을 벗어나면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과각성(Hyperarousal)은 지나친 격양으로 합리성을 잃고, 저각성(Hypoarousal)은 지나치게 억제하여 불신을 낳는다.
적극적으로 분노를 드러내야 할 때는 조직의 핵심 가치가 침해되거나 반복되는 무례함이 조직 문화를 위협할 때, 리더의 침묵이 비겁함으로 오해받을 때다. 반면 감정을 유보해야 할 때는 격앙된 감정으로 판단이 흐려질 때, 과거 경험으로 감정이 왜곡될 때, 감정 표현이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줄 때다.
Q. 위의 감정 관리 전략은 장기적으로 꾸준한 훈련과 습관화가 필요해 보인다. 실제 조직 현장에서 갑자기 울컥 올라오는 화를 다룰 때 사용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하고, 흔히 말하는 ‘분노의 골든타임’인 15초를 견디기조차 어려운 다혈질 리더에게 효과적인 즉각 대처법은 없을까.
김 코치: 리더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흔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과 입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이 부분이 현실적인 도전 과제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은, 머릿속에 이미 익숙하게 자리 잡은 ‘즉각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평소에 대응 방식을 반복적으로 연습해놓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자동 실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한 이론이 독일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가 제시한 ‘실행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이론이다. 골위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단순히 목표만 세우는 것보다 특정 상황을 미리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취할 구체적인 행동을 미리 계획하고 암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나는 앞으로 화를 덜 내겠다’는 모호한 목표 대신, ‘만약 X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Y행동을 하겠다’는 식으로 대응 전략을 명확히 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Q. 리더로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화를 폭발시켰다.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미 엎질러진 물,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까. 사과를 하자니 리더로서 위신이 떨어질 것 같고, 안 하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김 코치: 리더가 회의 중 순간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킨 후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리더의 품격과 깊이를 드러내는 결정적 순간이다. 많은 리더가 “내용은 맞았지만 태도가 문제였다”며 후회한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3단계 대응법이 있다.
첫째, 감정의 재정리다.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되, 결코 변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방금 제 말투가 좀 격하게 들렸을 수 있겠네요. 저도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처럼 자신의 태도에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한다. 특히 “상대가 그렇게 행동해서 화를 낸 거다”거나 “오죽하면 그랬겠느냐”와 같은 책임 전가성 발언은 금물이다.
둘째, 논의의 중심과 기준을 다시 잡는 것이다. 감정 표현은 인정하되, 다시 논의 목적을 분명히 해 회의를 생산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논의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다시 논의해봅시다”라고 중심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리더의 신뢰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 후 다시 논의의 초점을 정확히 잡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셋째, 관계 회복이다. 만약 리더의 감정 폭발로 팀 전체가 불편했다면 회의 후 팀 전체에 분명한 사후 메시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오늘 회의 중 제 태도나 말투로 인해 불편을 느낀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사안의 중요성은 변함없지만 표현 방식은 더 조심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생산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특정 팀원을 향한 감정 표출이라면 공개적 지적보다 개별적 만남이 더 낫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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