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행사장에서 나란히 찍힌 사진을 보고 "사전 정보 없이 사진만 봐도 누가 누구의 아내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는 생각뿐 아니라 얼굴도 닮는다고 한다. 남편과 같이 노동운동을 한 설 여사는 1980년대 민중 판화에서 뛰쳐나온 것 같다. 고난과 의지로 단련된 얼굴이다. 김 여사는 인터뷰나 행사장에서 늘 곱살스럽게 웃는 표정을 하고 말투는 여성스럽다. 법정에 출두할 때는 찬바람이 쌩 돈다. 복합적 성격만큼이나 표정도 다양한 이 후보를 닮았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인터뷰에서 "나 공처가 맞다"고 인정했다. 아내 눈치를 보느라 고장 난 에어컨을 직접 고치려 낑낑대는 모습이 TV에 나온 적도 있다. 요즘 남편 중 이 정도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설 여사는 인터뷰에서 "'집안 내 야당' 역할을 맡아 많이 지적하고 평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야당 역할' 원조는 육영수 여사다. 김 후보도 특이하다. 집안의 대통령도, 재무장관도 다 아내인 시대에 여당 노릇을 하는 남편이라니….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 배우자들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했다가 무안만 당했다.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발상이다. 도대체 후보 배우자를 세워놓고 무슨 질문을 해야 할까. 친하게 지내는 법사가 몇 명인지, '조그만 파우치'나 샤넬백 수집 취미가 있는지, 해외 방문 때 마땅한 목걸이가 없으면 누구에게 꾸어갈 것인지 물어야 하나.
우리는 대통령을 뽑을 뿐 배우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배우자 자격에 무슨 기준이 있지도 않다. 배우자를 통해 국민이 보는 것은 대통령의 수신제가 능력이다. 가족이 사고 치지 않게 단속하고, 사고 쳤을 때 꾸짖어 다시 못 하게 하면 된다. 유권자들은 이것을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이 어려운지 대통령 부인 두 명이 연속 사고를 쳤다. 대통령이 되면 공처가 생활은 잠시 접어야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