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5 13:04:56
에어프레미아 품었지만…
타이어 유통 업체 타이어뱅크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LCC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항공업 경험이 없는 타이어 유통사가 과연 신생 LCC를 잘 이끌어갈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향후 에어프레미아 경영이 삐걱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타이어뱅크, 에어프레미아 인수
김정규 회장 “경쟁력 있는 회사 키울 것”
타이어뱅크는 최근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과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22%를 추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7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소노인터내셔널은 약 1190억원을 받고 JC파트너스와 공동으로 보유한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6285만6278주) 전량을 타이어뱅크 측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에어프레미아를 단순한 항공사가 아닌, 국가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산업으로 인식한다. 추가 기재 확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HSC다. HSC는 저비용항공사(LCC)와 풀서비스항공사(FSC)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로, 국내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통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여객 기준 총 2083편을 운항해 총 88만9531석을 공급했다. 2023년 대비 운항편이 14.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탑승객도 급증했다. 2023년 67만1483명이던 탑승객은 지난해 76만5503명으로 14%가량 늘었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난해 매출은 4916억원으로 전년(532억원) 대비 10배가량 성장했다. 수익성도 괜찮다. 2022년 47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185억원, 지난해 407억원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기존 LCC와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앞세우면서 기업가치도 높아졌다.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를 사들였던 2021년까지만 해도 기업가치는 850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4700억원 안팎으로 뛰었다.
타이어뱅크가 에어프레미아를 품에 안으면서 기대에 부풀었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타이어뱅크는 에어프레미아 재무 구조가 불안해 연내 최대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감자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와 감자는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낸다. 감자를 통해 자본금과 결손을 줄인 뒤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증자, 감자는 인수대금 납입 기한인 오는 9월쯤 완료될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1%에 육박해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자본잠식이란 자본총계(순자산)가 납입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의미한다. 상장사의 경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 완전 자본잠식의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항공업 경험이 없는 타이어뱅크가 에어프레미아를 잘 이끌어갈지 의문의 시선이 적잖다.
타이어뱅크는 김정규 회장이 1991년 설립한 타이어 유통 업체다. 타이어 대량 구매, 유통 단계 간소화로 타이어 가격 거품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는 광고 문구를 앞세워 규모를 키워왔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쟁쟁한 업체와의 경쟁 속에서도 30여년간 전국 점포 수를 4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지난해 타이어뱅크 매출은 5564억원으로 2023년(4840억원)보다 7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60억원에서 749억원으로 늘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재무 구조가 탄탄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타이어뱅크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793억원으로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 1931억원보다 적다. 현금, 현금성 자산은 371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신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융통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비유동 자산이 870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토지와 건물이 각각 3834억원, 1583억원이다.
검찰, 김정규 회장 징역 7년 구형
사법 리스크에 에어프레미아 경영 불안
이뿐 아니다. 김정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등 불안 요인도 적잖다.
검찰은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김정규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일부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이른바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80억원가량을 탈루한 혐의로 2017년 10월 기소됐다.
김 회장은 이를 ‘본사 투자 가맹점 모델’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백 개 대리점을 통해 실제 사업을 영위했음에도 다수 사람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1인 회사인 타이어뱅크 회장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다수의 직원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의 채권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징역 4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2019년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지 6년 만에 김 회장에 대한 구형이 이뤄졌다. 오는 7월 법원 선고가 열리는 만큼 선고 결과에 따라 오너 경영 공백이 나타날 우려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시장이 살아났지만 LCC 경쟁이 워낙 치열해 에어프레미아도 성장세를 이어가기가 만만찮다. 타이어뱅크가 오너 리스크에 휘말릴 경우 어렵게 인수한 에어프레미아 실적도 점차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귀띔했다.
한편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김정규 회장 자녀 승계에 활용되지 않겠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타이어뱅크가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할 때 자회사 AP홀딩스를 앞세워 AP홀딩스가 에어프레미아 지분 70%를 보유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AP홀딩스는 김 회장과 세 딸이 지분 100%를 가진 사실상 개인 회사다.
AP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이 AP홀딩스 지분 20%, 김승연 씨와 김성연 씨가 각각 25%, 김수연 씨가 30%를 보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규 회장 세 딸이 김 회장이 보유한 타이어뱅크 지분 92.99%를 증여받을 때 에어프레미아나 AP홀딩스 같은 개인 회사를 활용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다만 AP홀딩스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변수다. AP홀딩스는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라 지난해 매출 없이 1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AP홀딩스가 보유한 현금, 현금성 자산은 11억원에 불과하다. 타이어뱅크의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 구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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