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2 09:16:31
“긴가민가 했는데 어제라도 살 걸 그랬나봐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국내에서 2일부터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6~8% 기습 인상했다. 특히 예물 가방으로 인기가 많은 샤넬 클래식 제품 가격이 또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을 낳고 있다.
2일 백화점 및 명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날부터 국내에서 인기있는 핸드백을 대상으로 가격을 4~8% 올렸다.
이에 따라 샤넬 클래식 스몰은 1497만원에서 4.6%가 올라 1504만원이 됐다. 예물로 가장 인기를 끄는 클래식 미디움의 경우 기존 1557만에서 1660만원으로 6.6%가량 인상됐고, 클래식 라지는 1679만원에서 1795만원으로 7% 가까이 올랐다.
1000만원 이하 가격대 샤넬 가방 중 높은 실용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샤넬 22백의 경우 스몰은 822만원에서 889만원으로 8.1% 올랐다. 샤넬 25백은 이번 인상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연내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 동안 샤넬은 물가 상승률과 원재료값 인상, 환율 변동 등을 반영하는 가격 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면서 본사 방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매년 2~3차례 기습 인상을 해오고 있다.
명품백 뿐 아니라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 등도 관행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에서 결혼 성수기라 할 수 있는 4~6월 사이 예물로 각광받는 브랜드들은 줄지어 인상 행렬에 동참한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 피아제는 이날부터 국내에서 약 6~10%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스와치그룹의 하이엔드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게와 론진 역시 이날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의 가격을 약 5% 올리기로 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경우 오는 3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6% 인상하며, 스위스 명품그룹 리치몬트산하 명품 시계 브랜드 IWC는 오는 9일부터 제품의 가격을 평균 7~8%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명품 브랜드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해도 ‘살 사람은 다 사기 마련’이라는 입장이 있다.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 입장에서 명품 구입이 나쁘진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전날 샤넬백 가격 인상 소식을 먼저 접하고 클래식 제품을 구입한 30대 한 소비자는 “4년전만 해도 클래식 미디움 가격은 8~900만원대로 1000만원 밑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1600만원이 훌쩍 넘는걸보니 정말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싼 가격이란 말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방적인 ‘N차’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엿보인다. 일례로 명품업체에서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는 환율이 정작 하락했을 때 이를 반영해 가격을 먼저 내린 적은 거의 없어서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샤넬 핸드백이 최근 하나에 2000만원 가까이 하자 브랜드력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이 가격이면 샤넬 대신 에르메스를 사겠다”는 의견 등이 그와 같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을 해 온 샤넬은 오히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하는 굴욕을 겪었다.
샤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87억달러(26조1000억원)로 전년(2023년)보다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5억달러(6조3억원)로 무려 30% 줄었다. 순이익은 28% 감소한 34억달러(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한때 국내 백화점 오픈 시간만 되면 매장으로 내달리는 이른바 ‘오픈런’ 대란을 빚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샤넬이지만 명품 시장 둔화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일부 품목의 가격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오히려 매출 부진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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