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8 07:15:00
‘디펜더 끝판왕’ OCTA, 한국 출시 오프로더 제왕에서 ‘황제’로 등극 친구는 ‘흥분’, 추천한 나는 ‘광분’
“아이쿠, 으악, 이런 XX”
비명과 함께 욕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나빠서가 아니다. 너무 짜릿해 흥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폭한 택시(?)를 타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오프로드 테크닉 교육을 이수한 히데야키 미요시 랜드로버 리드 인스트럭터가 모는 올뉴 디펜더 OCTA가 채석장 언덕에서 웅덩이와 진흙으로 엉망진창인 아랫길로 쏜살같이 내달렸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무중력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깨달았다. 온몸이 들썩들썩 날아다녔다.
머리에 헬멧을 쓰라고 한 이유가 있다. 안 그랬으면 머리가 깨지거나 목을 다칠 수 있어서다.
2~3분 남짓 택시 드라이빙을 했을 뿐이지만 내렸을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동시에 도파민도 터졌다.
미친 듯이 날뛰는 ‘광분의 채석장 질주’는 거칠고 위험한 오프로드에서 열려 ‘죽음의 랠리’로 부르는 다카르 랠리의 축소판이었다.
JLR코리아는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의 한 채석장에서 랜드로버 올뉴 디펜더 OCTA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디펜더 OCTA는 76년간 축적된 디펜더만의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극한의 온·오프로드 퍼포먼스 마스터다.
JLR은 총 110만km에 달하는 전 세계 곳곳을 주행하며 1만3960회 이상의 혹독한 성능 테스트를 거쳐 디펜더 OCTA의 성능과 내구성을 끌어올렸다.
독일 뉘르부르그링과 프랑스 라스투어 랠리 서킷에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전지형 성능을 개발했다.
스웨덴의 빙하, 두바이 사막, 미국 모압의 암벽, 영국 이스트노어 캐슬 등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오프로드 성능도 검증했다.
디펜더 OCTA는 전장x전폭x전고가 5003x2064x1995mm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023mm다.
얼핏 보면 기존 모델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한두 번 쳐다보면 더 강인하고 강렬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디펜더의 전통적인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독창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채택해서다.
지상고는 28mm 높아졌고, 스탠스는 68mm 확장됐다. 쿼드 테일파이프도 강인함을 상징한다.
험난한 지형에서도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도록 프런트와 리어 범퍼를 재설계해 접근각과 이탈각을 개선했고, 견고한 언더바디 보호 설계를 적용해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향상했다.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도록 전면부 휠 아치를 확장했고, 글로스 블랙 컬러 프런트 그릴로 평범한(?) 디펜더와 차별화했다.
모델명도 강인함을 상징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희귀한 광물인 다이아몬드의 ‘팔면체(octahedron)’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테리어도 평범하지 않았다. 최고급 소재와 고급스러운 색상을 사용해 품격을 강조했다.
페트라 코퍼 외관 컬러와 조화를 이룬 번트 시에나/에보니(Burnt Sienna/Ebony) 색상의 세미 애닐린 가죽과 크바드라트 소재의 퍼포먼스 시트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분출한다.
직사각형 펀칭, 스티치 라인, 디펜더 워드마크 등 독창적인 그래픽 장식과 디테일도 예사롭지 않다. 디펜더 OCTA만을 위한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포먼스 시트도 적용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디펜더라는 찬사처럼 퍼포먼스도 뛰어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을 적용한 4.4L 트윈 터보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635마력(PS), 최대토크는 76.5kg.m에 달한다. 다이내믹 런치 모드를 활성화하면 81.6kg.m에 달하는 토크를 발산한다.
덩치 큰 오프로더이지만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4초에 불과하다. 슈퍼카 뺨친다.
오프로드 성능도 평범하지 않다. 일반 디펜더보다 10cm 깊은 최대 1m 깊이의 수심을 건널 수 있다.
디펜더 최초로 유압식 인터링크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 기술을 적용하고 최신 하드웨어와 지오메트리 설계로 한계를 뛰어넘는 다이내믹한 성능을 제공한다.
혁신적인 피칭 및 롤링 제어 시스템을 통해 온로드에서는 차체를 수평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한다.
오프로드에서는 노면 변화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차체 제어력과 정밀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OCTA 모드는 디펜더 최초의 퍼포먼스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OCTA 모드도 채택했다. 모래와 자갈 같은 거친 노면에서의 오프로드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서 운전 몰입감도 향상해준다.
택시 드라이빙을 마친 뒤 직접 운전석에 앉아 오프로드 체험에 나섰다. 이번에도 흥분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지뢰가 터진 듯 움푹 깊게 파여 바퀴 한쪽이 공중에 뜨는 범피(Bumpee) 코스에서도, 바퀴가 빙글빙글 헛도는 진흙길에서도, 채석장의 바위들을 깔아 만들어둔 암석 코스에서도, 2.7톤에 달하는 차체 무게를 못 이겨 전복될 것 같은 사면경사로에서도 거침없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차체는 전후좌우로 심하게 뒤뚱거리지만, 차 안에서 느껴지는 요동은 적다. 멀미도 나지 않는다.
백미는 역시 도강(渡江)이다. 2m 가량 높이 자란 수풀이 가득한 저수지에서 요트처럼 항해했다. 물 깊이는 50~60cm 가량으로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수심 1m까지 침수되지 않는 능력을 지닌 디펜더 OCTA에는 평지와 다름없다. 수풀 뿌리와 물 바닥에 가득한 진흙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오프로드 운전도 참 쉽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모험과 탐험을 즐길 수 있다. 버튼 조작 몇 번이면 초보 운전자를 베테랑 운전자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기어를 중립으로 한 뒤 로우(LOW) 모드로 바꾸면 웬만한 오프로드는 온로드가 된다.
모래, 진흙, 잔디, 자갈, 눈, 암석 등 노면 상황에 따라 차체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모드까지 작동하면 과장을 좀 더 보태 못 가는 곳이 없을 수준이다. 기존 디펜더가 ‘오프로더 제왕’이면 디펜더 OCTA는 ‘오프로더 황제’다.
온로드 시승에서도 욕이 방언처럼 어김없이 터졌다. 덩치 큰 오프로더이지만 슈퍼카 뺨치는 질주 성능을 발산했기 때문이다.
컴포트 모드에서 스티어링휠(핸들)의 투명한 다이아몬드 형상의 OCTA 버튼을 누르면 다이내믹 모드로 전환된다.
5m가 넘고 2.7톤에 달하는 덩치 큰 SUV가 날렵한 슈퍼카와 같은 듯 다른 질주 능력을 보여준다.
지그재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는 민첩하게 치고 빠져나온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핸들링과 큰 덩치를 단숨에 잡아주는 제동력은 미(美)쳤다.
힘은 넘치지만 통제가 어렵지 않다. 운전자 손과 발의 지시에 정확히 반응하기 때문이다. V8 트윈 터보차저 엔진의 강렬하고 웅장한 배기음은 흥분을 배가시킨다. 환호성과 함께 욕설과 도파민이 동시에 터진다.
컴포트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과분하다. 힘이 세다고 거칠지는 않다. 실내는 편안하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로 실내 공간은 물론 뒷좌석도 넉넉해 패밀리카(아빠차)로도 충분하다. 가족과 함께 일상은 물론 일탈을 즐길 수 있다.
지지력을 강화한 볼스터를 채택한 퍼포먼스 시트는 몸을 안정적이면서 안락하게 잡아준다.
월급으로 먹고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욕할 일이 더 있다. 가격이 2억2497만원이다.
‘탐욕’을 불러일으키지만 집에서 맞아죽을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살 수 없는 가격대여서 볼수록 배만 아프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에게는 절대로 구입을 권하지 않는 게 낫다. 친구가 샀다면 서로 성향이 다른 욕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친구는 흥분 때문에 욕을, 추천자는 광분 때문에 배가 아파 욕을 할 수 있어서다. 친구가 사려고 한다면 바로 의절하겠다고 협박(?)하는 게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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