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마케팅에 AI 도입 데이터 패턴 실시간 분석 사람처럼 소비자에 반응 제품 넘어 공감 경험 중요 브랜드 설계에 AI 활용땐 충성 고객 늘릴수 있을 것
로레알은 증강현실 및 AI 기업 모디페이스와 협업해 고객의 피부를 분석하고 최적의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은 로레알의 AI 기반 스킨컨설트. 로레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AI 스피커에 오늘 날씨를 묻는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챗GPT에 오늘 회의 자료의 핵심 요약을 부탁하고, 인공지능(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로 자료를 보완한다. 퇴근 후에는 녹취 서비스 노션 AI(Notion AI)로 하루 업무를 요약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챗GPT에 오늘 느낀 어려움을 털어놓고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AI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깊이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 이러한 흐름은 기업 내부에서도 더욱 전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마케팅의 작동원리를 바꾸고 있다. 'AI가 마케팅을 어떻게 바꿨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는 마케팅을 통해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었는가'다. 그리고 그 핵심은 마케팅이라는 영역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통해 읽을 수 있다.
과거 마케팅의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인간 중심이었다. 마케터가 시장을 조사하고, 타깃을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수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실행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모든 과정이 인간의 직관과 경험, 팀 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이뤄졌다. 이때 데이터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 결정은 마케터의 판단에 의존했다.
이후 디지털 분석 도구와 알고리즘이 등장하면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본격화됐다. 마케터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기팅을 세분화하고, 메시지를 조정하며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넘어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서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실행과 피드백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행동하는 AI', 즉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은 마케팅의 의사결정 방식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략을 직접 제안하고, 예산을 분배하며, 실시간으로 실행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주체로 기능하며 마케팅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능동적인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터는 단순히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넘어 전체 마케팅 방향을 주도하고 실행 전반을 조정·감독하는 전략적 리더이자 감성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Agentic AI의 대표적인 예가 딜로이트의 Zora AI다. Zora AI는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Agentic AI 플랫폼이다. 재무, 인사, 공급망,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전략 수립과 실행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딜로이트는 자체 재무 조직에 Zora를 도입해 재무 계획 수립, 비용 예측, 리스크 평가 등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로 인해 업무 속도는 평균 40% 이상 개선됐고, 예산 집행의 정확도와 시나리오 기반 의사결정의 민첩성은 크게 향상됐다. 또한 HPE는 Zora AI를 자사의 HPE 프라이빗 클라우드 AI 플랫폼에 통합해 재무 분석, 시나리오 모델링, 경쟁 및 시장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고서 작성 시간을 최대 50% 단축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향상시켰다.
마케팅 현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Zora AI 기능은 Perform과 Advise다. Perform 기능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부터 일정 수준의 데이터 기반 실행까지 포함하며, AI가 마케터를 대신해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성과 리포트 초안 생성과 같은 루틴 업무는 자동화되며, 고객 세그먼트별 콘텐츠 추천이나 실적 기반 예산 재분배와 같은 분석 기반 실행도 AI가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 Advise 기능은 다양한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해 전략적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고객 행동 패턴, 과거 캠페인 성과, 경쟁사 활동, 외부 시장 변화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예산 최적화, 채널 믹스 재설계, 타깃 전략 조정과 같은 전략적 판단에 대해 AI 기반의 조언을 제공한다.
한편 브랜드 경험의 정교한 설계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로레알(L'Oreal)은 모디페이스(ModiFace)를 인수해 이 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피부를 분석하고 최적의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자라(ZARA)는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디자인과 재고 전략을 실시간 조정하고 있다. 미국 금융기업 캐피털 원(Capital One)은 챗봇 'Eno'를 통해 개인화된 금융 콘텐츠를 제공하고 화이자(Pfizer)는 의료진 대상의 자동화된 콘텐츠로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BMW와 부킹닷컴(Booking.com)은 각각 운전자·여행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메시지를 설계해 브랜드 경험을 진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 경험은 이제 단순한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자와의 공감을 전제로 한 정서적 연결의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AI는 브랜드 경험을 수동적으로 '응답'하는 도구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반복되는 사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며 브랜드가 '사람처럼 반응'하고 '사람처럼 공감'하는 방향으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브랜드 경험은 사람이 단독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단계를 넘어 AI와 함께 '공감 설계'를 수행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경험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나 구매 실패를 줄이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