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대만 컴퓨텍스 기조연설서 발표 개인 AI슈퍼컴 'DGX스파크'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급 인터넷 필요없는 AI노트북도 집에서 AI 훈련하고 추론 가능 타사 AI와 연결기술도 공개 퀄컴도 AI PC 시장공략 나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 무대에서 초소형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누구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나쯤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누구나 AI 슈퍼컴퓨터를 소유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는 1960년대만 하더라도 진공관 방식으로 크기가 집채만 했지만,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발로 1970년대 이후 데스크톱으로 소형화되면서 보급됐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AI 슈퍼컴퓨터가 서버 단위가 아닌 중소기업이나 가정에서 흔히 소유할 수 있는 크기로 작아지고 값도 내려갈 것이라는 메시지다.
황 CEO는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을 통해 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전격 공개했다. 그는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자 인류를 위한 매우 큰 기회"라며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전체 컴퓨팅 생태계를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가 소개한 DGX 스파크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초소형 AI 슈퍼컴퓨터다. 데스크톱 크기에 무게는 1.2㎏에 불과하지만, 최대 1000 AI TOPS(초당 1000조번)의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또 그레이스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GPU가 통합됐다. D램은 128GB LPDDR5X, 낸드 메모리는 1~4TB를 장착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제품이 올해 말부터 본격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직접 제품을 들어 보이면서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AI 슈퍼컴퓨터를 갖고 모델을 훈련하고 추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비디아가 초소형 컴퓨터를 내놓은 것은 9년 만이다. 엔비디아는 2016년 세계 최초의 통합 AI 슈퍼컴퓨터 'DGX-1'을 공개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소형 슈퍼컴퓨터는 GPU 가속 기반의 서버 시스템으로, 딥러닝 학습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목적을 뒀다. 일반 컴퓨터 보다 크기가 컸고 가격은 12만9000달러(약 1억8000만원)에 달했다. 당연히 이를 구입한 곳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었다.
또 이날 황 CEO는 AI 칩인 'RTX 5060'을 탑재한 노트북도 선보였다. DGX 스파크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RTX 5060 탑재 노트북은 인터넷이 없더라도 AI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이머, 크리에이터, 일반 소비자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해당 노트북을 들어 보이면서 "이제 누구나 AI를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CEO는 새로운 연결 기술인 NV링크 퓨전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기술은 엔비디아 GPU를 타사 CPU나 AI 가속기와 고속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퀄컴, 미디어텍, 마벨, 후지쓰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의 칩과 GPU가 통합된 맞춤형 AI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황 CEO는 "AI는 모든 칩, 모든 기업과 연결된다"면서 "우리는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개방하고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는 이날 △CPU와 GPU를 하나로 통합한 물리적 AI용 연산 칩인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 △고성능 서버 인프라인 RTX 프로 서버 △기후·지구 시뮬레이션용 AI 플랫폼인 어스2 △초거대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AI 연구 플랫폼인 메가트론까지 잇달아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대만 정부, TSMC, 폭스콘과 협력해 대만을 위한 AI 슈퍼컴퓨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양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만이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퀄컴은 자사의 시스템온칩(SoC)인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MS와 레노버, 에이수스의 AI PC를 잇달아 소개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는 "AI가 업무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이 영상을 통해 찬조 출연했다. 나델라 회장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셋이 탑재된 '코파일럿+' PC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현재 PC 칩셋 시장은 인텔과 AMD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지만, 퀄컴이 AI 칩셋을 앞세워 공략에 나선 대목이다. 특히 아몽 CEO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을 사용하는 PC에서 이미 750개 프로그램이 별도 변환 없이 바로 실행되고 1400여 개 게임도 문제없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퀄컴이 PC 시장에 진입하는 데 큰 장벽은 'x86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이었다. 퀄컴은 ARM을 기반으로 설계해 인텔 CPU를 기반으로 만든 다양한 앱이나 게임과 충돌이 잦았다. 하지만 이를 해결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퀄컴은 최대 34시간의 배터리 수명을 자랑하는 노트북인 'HP 옴니북'을 소개했다. 저전력을 기반으로 인텔이나 AMD보다 앞으로 다가올 AI PC 시대에 적합하다는 메시지로, AI PC 시대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