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도 가격 파괴 경쟁이 한창이다. 경기 부진과 물가 불안에 패션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5년 만에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회복했으며 탑텐과 스파오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실속'을 따진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다 보니 가성비를 앞세운 SPA 브랜드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다른 패션 브랜드들은 사업을 축소하고 있지만 SPA 브랜드들은 불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2만원대 저가 청바지를 앞세운 초저가 SPA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일으킨 NC베이직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로 2023년 론칭했는데 압도적인 가격 파괴 정책 덕에 '가성비 패션'으로 입소문이 났다.
기세를 확장해 올해는 대규모 점포도 열었다. NC베이직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NC송파점 1층에 첫 대형 모델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그동안 소형 매장을 통해 NC베이직의 가능성을 시험해온 이랜드리테일이 공격적인 확장을 시작했다.
이 브랜드의 '무기'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티셔츠 9900원, 청바지 1만9900원, 셔츠 1만9900원 등 NC베이직은 전체 상품 중 약 80% 규모를 3만원대 이하로 구성했다.
베스트셀러는 청바지다. 최저 1만9900원, 최대 2만9900원으로 다른 SPA 브랜드 청바지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더니 불티나게 팔렸다. 작년 팝업 테스트 매장에서만 누적 판매량 15만장을 기록했을 정도로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유니클로가 2006년 국내에 데님을 2만9900원에 판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0년 전 가격이나 마찬가지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NC베이직은 상품의 목표 판매 가격을 먼저 정하고 원가 구조를 목표 판매 가격에 역으로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가격 역설계' 방식을 적용했다"며 "기존 소매 유통업체들이 매입 원가에 특정 비율의 마진을 일괄적으로 붙여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상품 소싱 구조를 혁신했다. 생산 중개업체 같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공장과 직거래하거나 아예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수수료 등을 절감해 최저가로 상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 중 그룹 내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곳은 이랜드가 유일하다.
또 다품종 소량을 2일 거리에서 생산해 입고한 뒤 판매율이 높은 상품만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해 5일 안에 입고하는 '2일 5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상품 판매율을 높이고 재고 부담을 낮춰 낮은 가격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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