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2.22 13:00:00
2025년 봄 시즌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주얼리 브랜드 ‘플리드(PLYDD)’는 철야 작업에 한창이다. 30여 제품의 룩북 촬영부터 제품 촬영, 자사몰에 업로드할 상세페이지 제작까지 해야 해서다. 특히 상세페이지는 잠재 고객이 보자마자 ‘혹’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문구 선정부터 상품 전개 논리까지 고민이 이어진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상세페이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제작하는 과정은 이처럼 여전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온라인몰 사업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자 등장한 인공지능(AI) 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스튜디오랩(대표 강성훈)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젠시(GENCY)’는 이런 고민을 단 15초 만에 해결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성훈 대표는 “제품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상세페이지를 생성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단순한 자동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패션 전문가 50명이 개발에 참여해 패션 커머스 데이터에 특화된 AI 기술을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기존 상세페이지 제작이 최소 몇 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렸다면 젠시는 단 15초 만에 고품질의 상세페이지를 완성할 수 있다는 말. 젠시는 제품 특징을 MD(머천다이저, 상품기획자)처럼 세밀하게 설명하며 최적화된 섬네일과 레이아웃을 자동 생성해 디자인 작업까지 수행한다. AI가 제품의 특성을 분석해 SEO(검색 엔진 최적화)까지 고려한 상세페이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검색 노출과 구매 전환율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CES에서도 인정받다
스튜디오랩의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2024년 CES에서 인공지능(AI)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패션 이커머스 업계의 변화 속에서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LF, W컨셉, GS리테일, 신세계쇼핑, BCBG 등 주요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젠시를 도입해 상세페이지 제작을 자동화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젠시는 추가적인 수작업 없이도 기존 제작 툴과 차별화된 성능을 보여준다”며 “시간 절약과 함께 작업 완성도도 높아 브랜드 운영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IB(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젠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랩은 최근 프리시리즈 A라운드에서 33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는 네이버 D2SF를 비롯해 SBI 인베스트먼트, 디캠프, 서울경제진흥원(SBA) 등이 참여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커머스 분야는 생성형 AI, 3D, 로보틱스 등의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는 영역”이라며 “스튜디오랩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SME(중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돕는 등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 ‘젠시 PB’도 눈길
스튜디오랩은 AI 기반 상세페이지 제작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 솔루션 ‘젠시 PB(GENCY PB)’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해 사진 촬영부터 편집, 인화까지 자동화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고품질의 제품 사진을 생산할 수 있다. 젠시 PB는 CES 2025 로보틱스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패션뿐만 아니라 주얼리,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패션과 AI 접목 어디까지?
스튜디오랩의 공동 창업진은 삼성전자에서 패션 데이터를 집중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커머스 산업과 AI 솔루션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향후 스튜디오랩은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기반 콘텐츠 제작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재영 스튜디오랩 이사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패션 이외의 분야에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마존 입점 회사를 위한 솔루션 개발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혁 SBI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스튜디오랩은 생성형 AI를 콘텐츠 영역에 효과적으로 도입해 초기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며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커머스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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