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2.21 12:37:28
아워홈 인수로 주목…한화 김동선 부사장
2025년 ‘청사해’에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36)은 재계에서 가장 분주한 총수 일가 경영인 중 한 명이다. 김 부사장은 범 LG 계열 급식·식자재 업체 아워홈 인수전에 뛰어들어 재계에서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아워홈 인수 전후 김 부사장 승계 정당성에 관한 평가가 명확히 갈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 오너 일가 구본성 전 부회장(38.6%)과 구미현 회장(19.3%) 외 2인이 보유한 지분 58.6%(1337만6512주)를 8695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인수 대상 지분 가운데 50.6%는 오는 4월 29일 거래를 마치고 잔여 지분 8%는 2년 뒤 매수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주식매매계약을 위해 ‘우리집에프앤비’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 해당 SPC가 인수 금융과 차입 등으로 아워홈 지분을 인수한다.
김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에 베팅을 건 배경으로는 몇 가지 요인이 지목된다.
첫째, ‘중량감’ 키우기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주력인 화학과 방산,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사업을 맡는 반면, 김 부사장이 맡은 식음료 영역은 상대적 규모가 열위다. 김 부사장 영향력 아래 놓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매출 규모는 그룹 전체 매출의 2% 미만이다. 시가총액 면에서도 견주기 민망한 수준이다.
둘째, 손익 변동성 완충 효과다. 식음료 부문은 내수 기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성장성이 눈에 띄게 저하된 상태다. 급식 사업은 B2B로 한화 식음료 부문 손익 변동성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식자재 유통 채널 확보다. 이 부문 규모의 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식자재 유통 채널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란 평가다. 식음료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이에 비례해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지출도 커진다. 국내 대다수 식품 기업이 식자재 유통 자회사를 거느린 배경이다. 식음료 사업 규모 확대를 노리는 김 부사장 입장에선 유통 채널 공백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 8부 능선을 넘었지만 변수가 없진 않다. 먼저 자금 조달 문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우리집에프앤비’에 2500억원을 출자한다. 하지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94억원 수준에 그친다. 보유 현금 전부를 출자할 수는 없으므로, 재무적투자자(FI) IMM크레딧솔루션(PE)이 최대 3000억원가량 출자한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화비전 빈자리도 채워야 한다. 이 탓에 대규모 인수금융 등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변수는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보유한 우선매수권 발동 여부다. 현재로선 우선매수권 발동이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 아워홈 이사 3인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더라도 매매계약 체결이 예정된 4월 말까지 재무적투자자를 동원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법조계는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본다. 기업법 전문 변호사는 “한화의 아워홈 경영권 지분 양수는 절차상 흠결이 거의 없어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한화 역시 그룹 법무실에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법리 검토를 끝낸 뒤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경영권 행사 제약 요인을 제거하려면 구 전 부회장 측 잔여 지분 인수가 필수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아워홈을 100%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아워홈 인수 뒤 한화 측에서 유상증자로 차녀와 삼녀 지분율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사회 장악을 위해 기존 사내이사도 전원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고평가 논란 속 시너지 구현 과제
우여곡절 끝에 인수가 일단락되더라도 숙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시너지 제고를 통한 고평가 논란 불식이다.
한화그룹이 책정한 아워홈 지분 가치 1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고평가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아워홈의 2023년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현금흐름 대용치)은 1577억원으로, EV/EBITDA 배수 10배를 웃돈다. EV/EBITDA는 해당 기업 주식을 100% 인수했을 경우, 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이는 EBITDA로 몇 년이 지나면 빚을 다 갚고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지표다. 이 배수가 10이라면 투자금 회수에 10년이 걸린단 의미다. 국내 M&A에서는 EV/EBITDA 10배 이상으로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주요 급식 기업 몸값과 비교해도 고평가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 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상장 급식 업체 3곳의 2023년 기준 EV/EBITDA 배수는 5배 안팎이다. 아워홈은 이들 대비 최소 2배 이상 몸값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해외 식자재 유통 기업은 EV/EBITDA 10배 중반 수준에서 기업가치가 형성돼 있지만, 내수 기반 아워홈과 비교기업으로 묶이긴 힘들다는 평가가 다수다.
결국 ‘푸드테크’와 해외 판로 확보 등 시너지 구현이 관건이다. 하지만 ‘캡티브마켓(내부 거래)’ 의존도가 높은 아워홈 특성상 인수 이후 단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아워홈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이후 20년 이상 흘렀지만 여전히 범LG 계열 사업장 의존도가 높다”라며 “매각 이후 이 물량 상당수는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통 업계에서는 아워홈 인수 뒤 범 LG 계열 이탈 물량을 한화그룹 캡티브 수요가 완충하더라도 100% 대체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본다. 해외 식자재 유통 채널이 전무한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해외 판로를 뚫는 것도 난제다. 종국에는 해외 유통 업체 인수를 위해 또다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위탁급식이라는 사업 영역을 넘어 ‘푸드테크’로 정체성 전환과 카테고리 확장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자동화 공정과 무인 운반 등을 통한 제조 공정 표준화·원가 경쟁력 제고를 노릴 수 있지만, 현재로선 연관 사업부 간 명확한 시너지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앞선다. 현재 한화 푸드테크 부문 주축은 한화푸드테크(구 더테이스터블)와 한화로보틱스다. 한화로보틱스는 아직 협동로봇과 AGV 사업 매출 비중이 미미하다.
무엇보다 아워홈 인수 뒤 김 부사장 스스로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갈급한 과제다. 현재 김 부사장은 총 6개 회사(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수 계열사 ‘미래비전총괄’직을 독식하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유통·호텔과 반도체 장비 사업까지 사업 영역 간 연관성이 매우 낮은 데다 식음료에 주력해온 김 부사장이 반도체 사업에서 어떤 통찰력을 보여줄지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은 HBM 열압착장비(TC본더)의 SK하이닉스 공급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곳”이라며 “향후 장비 납품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오롯이 김 부사장 몫으로 볼 수 있을지 주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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