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에스티로더는 배당금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자사 주가는 단 하루 만에 20% 폭락했다. 이러한 극적인 시장 반응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배당금은 무엇을 기반으로 결정되는가? 수익성과 시장 상황이 배당금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익히 연구돼 왔다. 이제는 배당금 결정 요인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요소가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성향이다.
CEO들은 기업에서 최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그의 개인적 성향이 배당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논리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CEO와 배당금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CEO의 정치 성향은 그가 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가령 진보적 성향의 CEO는 ESG 문제를 강조하고 비재무적 이해관계자(non-financial stakeholders)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보수적 성향의 CEO는 재정 건전성과 주주 수익률에 집중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필자는 알리 바야트 스코틀랜드 애버딘대 교수와 함께 CEO의 정치 성향이 배당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여기에는 배당금과 주식 재매입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 CEO의 정치 성향이 배당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CEO들의 정치 기부금을 추적했다. 구체적으로 200달러 이상의 연방 캠페인 후원을 추적하는 미국 연방선거위원회 자료를 분석해 S&P 500대 기업 CEO들의 일관된 정치적 성향을 파악했다. 일부 CEO는 이념적 선택이 아닌 전략적 선택에 따라 기부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연구진은 CEO들의 단기 기부 패턴과 장기적 기부 패턴을 비교했다. 그리고 각 CEO 거주지의 정치적 성향을 평가했다. 사람들은 개인 신념과 일치하는 동네에서 생활하는 경향이 있기에 사는 곳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
연구 결과, 보수적 성향의 CEO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을 이끌고 더 많은 배당금 지급을 승인할 경향이 더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보수적 성향인 CEO들은 더 큰 규모의 배당지급금을 조달하기 위해 현금준비금을 활용하거나 자본지출과 연구개발(R&D) 지출비용을 낮게 유지한다. 이는 위험 회피 성향과 일치한다. 보수적 성향의 CEO들은 불확실성이 있는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보다는 주주들에게 현금(수익률)을 돌려주는 것을 선호한다.
필자가 바야트 교수 외 2인과 함께 진행한 또 다른 연구는 S&P 500대 기업 CEO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아봤다. 코로나발 경제위기로 CEO들은 노동비용을 줄이거나, 배당금을 삭감하거나, 둘 다 해야 했다. 해당 상황에서 CEO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석하기 위해 연구진은 수천 개의 8-K 증권신고서(Form 8-K filings)를 분석했다. 8-K 증권신고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되는 문서로,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료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워드 임베딩 모델을 사용해 기업 공시를 분석했다. 먼저 영구적 직원 감축(해고와 조기 퇴직)과 일시적 비용 절감 조치(근무시간 단축과 급여 삭감)를 구분했다. 이후 2020년 지급된 실제 분기별 배당금을 2019년 말 애널리스트의 예측과 비교했다.
그 결과, 보수적 성향의 CEO들이 노동비용 절감을 택하고 배당금 지급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업이 손실을 입지 않는 상황이어도 해당 CEO는 주주 수익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종종 공격적인 직원 감축을 시행했다. 반면 다른 CEO들은 직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더 컸다.
두 연구 모두 CEO의 정치적 이념이 기업 의사결정, 특히 재정 및 위기 관리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짤 때 도움된다. 안정적 배당 소득을 원하는 사람들은 보수적 성향의 CEO가 이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반면 ESG와 직업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은 비보수적 성향의 리더들이 이끄는 곳을 선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