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0 23:23:07
美에너지부, 리스트 업데이트 부품 원산지 규정 적용하는 美우선주의 강화 정책 여파 아이오닉5·eGV70 제외돼 현대차 “2분기에 요건 맞출 것”
미국 에너지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자동차 보조금에서 현대자동차 3개 차종이 지급 차종에서 빠졌다. 중국산 부품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시작과 함께 미국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당초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던 5개 차종 중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 제네시스 eGV70 3개 차종이 빠졌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달 1일 에너지 절감 관련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 ‘퓨얼이코노미(fueleconomy.gov)’ 홈페이지에 보조금 대상 차종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기아 EV6와 EV9까지 총 5개 차종을 보조금 리스트에 포함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조금 항목에 일부 차량들이 포함되면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가 이달 14일 변경한 보조금 리스트를 최근 공개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새 리스트에서 현대차 제네시스 3개 차종이 빠졌고, 기아 EV6와 EV9 두 개 차종만이 남았다.
현대차 차량이 보조금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은 중국산 부품 사용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IRA 자동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첫째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배터리 부품의 원산지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미국 정부가 정한 ‘외국우려단체(FEOC)’여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요건이다.
당초 이달 1일 리스트에서는 첫째 요건인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만족하면 보조금 대상에 넣었지만, 14일 업데이트에서는 중국산 부품 여부를 따지는 두 번째 요건을 일부 포함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면서 제외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두 개 차종도 추후 업데이트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에 정확히 어떤 부품이 중국산 부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전체 부품 공급망에 대해 중국 생산 부품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부품에도 중국산 부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조금 리스트 변화가 트럼프 신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이달 1일 리스트와 달리 14일 리스트에는 현대차가 빠진 자리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인 지프 ‘왜고니어S’를 포함했다. 현대차·기아를 제외하면 미국 업체가 아닌 기업의 차량은 혼다 프롤로그,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의 ZDX 두 개 차종뿐이다. 이 두 차종도 미국 업체인 GM의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하는 차종들이다. 보조금을 받는 전 차종이 사실상의 ‘미국차’다.
이 때문에 추후 미국 정부가 추진할 대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돌파구를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14일 ‘커넥티드카’ 최종 규제도 공개했다. IRA 보조금이 하드웨어 측면의 규제라면 이 규제는 소프트웨어 규제다. 차량연결시스템(VCS), 자율주행시스템(ADS)과 연계가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ADS 소프트웨어의 경우 코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의 일부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산을 사용하면 규제 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아주 작은 부품이라도 중국산이 포함돼 있을 경우 규제에 묶일 수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아이오닉9, eGV70 3개 차종이 올해 2분기부터는 보조금 요건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광물, 니켈 등 중국산 소재, 부품 조건, 미국 생산 요건을 갖춘 이들 3개 차종의 현지 생산분이 오는 2분기 이후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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