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에 국가신뢰도 뚝 원화값 폭락하고 성장 주춤 트럼프 2기 불확실성 커져 기업 R&D·수출 영업 분야 주52시간 규제 등 풀어줘야
대한민국은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서 또다시 엄청난 경제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매우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환율은 1400원대 중반을 넘어섰고, 경제는 최근 수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석유화학, 건설, 유통업 등은 심각한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국가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 특히 정치가 매우 혼란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기댈 곳은 바로 안정적인 경제와 굳건한 기업 활동이다.
글로벌 경쟁은 늘 전쟁터다. 특히 최근에는 바로 이웃인 중국이 엄청난 기술력과 집중된 자본력, 인당 주80시간 이상의 연구개발(R&D),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거의 모든 제조업 및 유통업 영역에서 전 세계 산업을 장악하고자 도전하고 있어 대한민국 많은 산업은 심각한 경쟁과 쇠락의 위기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은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생산량 세계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주요 소재 협력사에 R&D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배터리 생태계를 장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경제 전략은 무엇일까? 필자는 두 가지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수출의 증대이고, 둘째는 해외 투자 유치 및 국내 투자 활성화다.
수출은 과거에도 우리가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훌륭한 방안이다. 여러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 우리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가장 좋은 방안으로 판단된다. 어려운 시기에도 참으로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24년 한 해 전체 수출액이 6838억달러(약 1003조원)로 2023년에 비해 8.2% 증가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으며, 무역수지도 2년간 적자에서 518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 글로벌 경기 부진, 환율 변동성 확대, 탄핵 정국 등 대내외 악재가 많아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그러나 특히 어려운 우리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수출과 기업을 가로막는 많은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님 말씀 같이 가족 빼고 다 바꾸겠다는 정신으로 혁신해야 한다.
필자가 사업을 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도 최근 수출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24조원에 이르는 체코 원전 수출 성공에 이어 최근 여러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을 1조200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캐나다 캔두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뉴클리어와 함께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번 사업은 전체가 2조8000억원 규모인데, 한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KPS 등 협력사와 함께 시공과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괌에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연속으로 수주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에서 설비 용량 2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25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UA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는데, 한전은 이 사업을 통해 약 5400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전은 괌 전력청이 발주한 132㎿ 태양광 설비와 84㎿ 4시간용 배터리 ESS를 동서발전, 삼성물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주해 향후 6000억여 원의 매출을 얻게 되었다.
LS전선은 지난해 12월 독일 해상풍력단지에서 9073억원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525㎸ 해저·지중 케이블 공급 및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계약은 2023년 5월 유럽 북해 해상풍력 HVDC 케이블 공급에 관한 2조원대 수주에 이은 것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 수출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 다음의 수출 확대 정책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해외 에너지 수출 전담 조직을 신설해 구체적인 숫자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하여야 한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해 주고, 현재 경기가 좋은 미국과 중동 시장에서 국가 간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미국에서 선제적인 정부의 수출 지원 노력은 매우 시급하다.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늘어나는 전선 및 변압기 등의 그리드 구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해당 부문 제조·운영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출 잠재력이 높은데, 이를 집중 지원하고자 최근 산업부가 K-그리드 전략을 수립하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좋은 사례다.
둘째, 세계 수준의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에너지 공기업들도 에너지 수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의 수익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지도록 하되, 해외 사업에 나설 때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과 적극 협력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만으로 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 및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주요 산업의 R&D와 수출 영업에 한해 주52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많은 기업과 직원들이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기 탈출을 위한 두 번째 방안인 해외 투자 유치 및 국내 투자 활성화 역시 우리 경제를 위기에서 구하는 소방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낭비가 되지 않을 주요 인프라 사업은 일정대로 지속해야 한다.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벗어나지 않고 투자를 계속 확대하도록 경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한 예로, 최근 계엄 사태 이후 한국 투자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던 글로벌 외국계 은행들이 지난해 12월 12일 해상풍력을 포함한 입찰 결과가 예정대로 발표되자, 한국 투자에 대한 주의를 철회하는 의견서를 낸 것이 좋은 예다. 국내 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 기고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