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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美정치인 상징 랭걸 前하원의원 별세

한국전쟁 참전 용사 출신
韓美동맹 위해 평생 헌신

  • 최승진
  • 기사입력:2025.05.27 17:37:12
  • 최종수정:2025-05-27 19: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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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부상을 입고 한반도를 떠났을 때는 악몽과도 같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기에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미국의 7번째 교역 파트너이자 국제적 거인으로 부상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2021년 백선엽 한미동맹상 수상 기념사)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미국 내 지한파 정치인 모임 '코리아코커스'의 창설 주역인 찰스 랭걸 전 연방 하원의원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이날은 미국 현충일(메모리얼데이)이었다. 항년 94세. 뉴욕 맨해튼 할렘에서 태어난 랭걸 전 의원은 1970년 뉴욕에서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으로 당선된 이후 2017년 1월 은퇴할 때까지 46년간 의사당을 지켰다.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2007~2010년)까지 지낸 중진이었던 그의 의정활동은 전쟁 포화 속에서 맺은 한국과의 인연을 떼어놓을 수 없다. 그의 한국 사랑이 빛난 것이 2003년 창설된 지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코커스다. 그는 코리아코커스 창설을 주도하고 초대 의장을 지냈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 미 2보병사단 503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중국군 공격에 부상까지 당했다. 한국전쟁에서의 공훈으로 퍼플하트와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다. 참전용사로 미국 내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1977년에는 같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또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 결의안'(2013년),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2014년) 등을 발의했다.

랭걸 전 의원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2014년 6월 아베 신조 내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을 담은 고노 담화 검증 작업에 나섰을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서한을 일본 정부에 보내는 데 동참했다.

그는 평소 "남북 간 평화를 촉진하면서 우리 두 나라(한미)가 더 가까워지고, 내 평생에 분단된 한반도가 통일되길 소망한다"고 말했으나 끝내 통일은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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