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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국채마저 흔들린다…“재정 적자·감세 정책 우려”

  • 정혜승
  • 기사입력:2025.05.22 17:11:41
  • 최종수정:2025.05.22 17: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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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일본 은행(BOJ) 본사에 일본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AFP연합)
일본 도쿄의 일본 은행(BOJ) 본사에 일본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AFP연합)

안전자산의 대명사 일본·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는 양국 국채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 국채 수요는 1987년 이후 3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1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 중 한때 3.185%, 40년물은 3.635%까지 치솟았다. 통상 초장기 국채는 국가 재정 리스크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10년물과 20년물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5월 20일 실시한 20년 만기 국채 입찰이 발단이었다. 이번 입찰에서 국채 수요를 보여주는 평균 낙찰가와 최저 낙찰가 차이는 1987년 이후 38년 만의 최대치인 1.14엔까지 벌어졌다. 국채 입찰 경쟁률은 2.5배로 2012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38년 만에 최악의 국채 파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신은 일본의 막대한 부채 비율과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남발되는 감세 공약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나오며 부족한 사회보장 재원을 국채로 메꿀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장기물 국채 금리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일본 재정에 대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그리스보다 안 좋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을 인용, 2023년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50%로 그리스가 재정 위기를 맞았던 2009년(127%)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36.7%로 전년보다 개선됐으나, 여전히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20.8%다.

일본은행(BOJ)도 국채를 사들일 여력이 없다. BOJ는 지난해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분기마다 4000억엔씩 줄였다. 또 오는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축소를 이어갈지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일본 국채가 불안해진 만큼 엔화의 지위도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존에 추천했던 ‘스위스 프랑 매도, 엔화 매수 포지션’의 해소를 권고한다”며 “엔화에도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하니, 스위스 프랑의 안정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가 엔화에서 프랑으로 넘어가면 엔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일본 국채와 더불어 미국 장기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마감 무렵 5.09%로 전장보다 12bp 올랐다. 이는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시간 10년물은 전장 대비 12bp 오른 4.6%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에 관한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재정 적자 악화와 정부 부채 증가 등이 이유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감세 정책은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메가 법안)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법안은 감세와 국경 강화 예산 등을 골자로 한다.

미 의회 산하 의회예산국(CBO)과 합동조세위원회(KCT)에 따르면 메가 법안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2조5000억~3조달러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스티븐 므누신은 “무역적자보다 재정적자가 더 우려된다”며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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