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캐나다·호주 총선에 이어 '반(反)트럼프' 여론 영향으로 극우 성향의 후보가 또다시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극우 후보가 패배하면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맞서 결속을 강화하는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유럽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이 54.1%의 득표율로 극우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45.9%)을 8.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는 시미온 후보가 41%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 후보(21%)의 배에 가까운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대선에서는 극우 성향 무소속 후보인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1위를 차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위반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선거를 무효로 처리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시미온 후보는 제오르제스쿠의 지지층을 흡수해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라섰지만 결선투표에서 기세가 꺾였다.
결선투표에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 단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결선투표 투표율은 64%로, 2000년 대선 1차 투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캐나다의 트럼프'로 불리던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를 상대로 승리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지난 3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는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을 이끄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트럼프 따라 하기를 전략으로 내세운 보수 성향의 피터 더턴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야권 연합(자유당·국민당)을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정치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유럽 담당 상무이사는 "우파 포퓰리스트인 트럼프의 MAGA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 정치와 정책 방향이 MAGA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유권자들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대선에서 극우 시미온 후보가 패하고 친유럽 성향의 단 후보가 승리하면서 러시아에 맞선 EU 단일대오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루마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갖지만, 외교·국방 관련 사안은 대통령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단 후보의 지지자들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러시아는 잊지 마라.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란 구호를 외쳤다. 유럽과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루마니아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친화적인 단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이날 실시된 폴란드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도 친EU 성향의 집권 여당인 시민플랫폼(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30.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극우 성향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29.1%)를 상대로 불과 2%포인트도 되지 않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데 그쳤다. 두 후보 모두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다음달 1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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