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트럼프도 만지작거리는 ‘베이비 본드’, 과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줄까? [★★글로벌]

트럼프, ‘신생아 주식 계좌’ 제도 다시 위대한 미국 만들 묘책 부상 신생아 낳으면 정부 ‘1000달러’ 부모는 年 최대 5000달러 납입 비과세로 ‘미래투자+절세’ 효과 적금 발상 깨고 ‘주식투자’ 허용 “자녀 자금, 美경제와 함께 성장” 블랙록 CEO 래리 핑크도 호평

  • 이재철
  • 기사입력:2025.05.19 17:35:08
  • 최종수정:2025-05-19 18:00:5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트럼프, ‘신생아 주식 계좌’ 제도
다시 위대한 미국 만들 묘책 부상
신생아 낳으면 정부 ‘1000달러’
부모는 年 최대 5000달러 납입
비과세로 ‘미래투자+절세’ 효과
적금 발상 깨고 ‘주식투자’ 허용
“자녀 자금, 美경제와 함께 성장”
블랙록 CEO 래리 핑크도 호평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MAGA 신생아 계좌 정책을 보도하는 독일 DW  매체 보도 이미지. <캡처=DW 소셜미디어 계정>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MAGA 신생아 계좌 정책을 보도하는 독일 DW 매체 보도 이미지. <캡처=DW 소셜미디어 계정>

‘성장과 개선을 위한 자금 계좌·MAGA’

한국 언론에서 회자되지 않지만 요즘 미국 정치권과 월가가 주목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MAGA(Money Account for Growth and Advancement) 계좌’로 명명된 연방정부 지원 ‘신생아 보조금’입니다.

‘베이비 본드(baby bonds)’로도 불리는 이 지원책은 과거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보면 2007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신생아에게 연방정부가 5000달러를 원샷으로 주는 베이비 본드 공약을 검토했습니다.

이를 고등학교 졸업 시기에 해지토록 해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의 ‘마중물’로 쓰는 구상이었습니다.

이후 아이디어로만, 그리고 워싱턴 등 일부 진보적 주(州) 정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한 베이비 본드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이름으로 바꿔 최근 입법 담금질에 나섰습니다. 미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베이비 본드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MAGA 신생아 계좌’ 이슈를 소개하는 미 현지 매체 이미지. <캡처=스크립스뉴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MAGA 신생아 계좌’ 이슈를 소개하는 미 현지 매체 이미지. <캡처=스크립스뉴스>

소개에 앞서 한국이 이 정책 개념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가 재난 사태로 확대된 저출산 문제에 베이비 본드가 새 돌파구가 될 가능성, 그리고 현행 한국의 유사 제도를 미국 방식으로 잘 고치면 한국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를 통과한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신생아 계좌는 2028년까지 태어나는 모든 납세자 가정의 신생아에게 1000달러를 넣어주는 내용입니다. 이 법이 상원 문턱까지 넘으면 2025년부터 2028년말까지 태어나는 미국 납세자 가정 신생아에게 1000달러가 입금된 MAGA 계좌가 생성됩니다.

주목할 점은 이 계좌에 부모가 연간 최대 5000달러를 입금할 수 있고 이 금액은 전액 ‘비과세’된다는 것입니다.

연방정부의 첫 지원금 1000달러에 연간 최대 5000달러 납부금이 쌓이는 MAGA 계좌는 폐쇄형 적금 상품이 아니라 미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또 신생아가 18세가 될 때까지 부모는 해당 계좌를 해지해 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녀를 위한 최고이자 최선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매년 돈을 넣어 복리의 마법(miracle of compound interest)을 만들라는 것이죠.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 실직과 파산의 위기를 맞을지 모르지만 신생아 계좌만큼은 부모가 숙명으로 인식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라는 취지입니다.

하나 더. 성인이 된 신생아가 가급적 30세 이전에 납부금을 찾지 말도록 하는 패널티 규정도 있습니다. 30세가 돼서 인출 땐 소득세와 가산세가 없는 반면 29세 이하 시점에서 찾으면 각각 1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 법안의 아이디어는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진보적 경제학자들과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공약 등을 통해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공화당 유력 정치인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인베스트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MAGA 계좌 법안의 골격입니다.

최근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를 통과한 ‘MAGA 신생아 계좌’ 법안의 모태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의 ‘인베스트 아메리카’ 법안 내용. <자료=테드 크루즈 의원실>
최근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를 통과한 ‘MAGA 신생아 계좌’ 법안의 모태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의 ‘인베스트 아메리카’ 법안 내용. <자료=테드 크루즈 의원실>

MAGA 계좌 정책은 정치권 뿐 아니라 월가 금융사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입자가 30년 이상 중도 해지나 찾아가지 못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계좌에 흘러온 돈을 증시에 유입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 목표인 부의 불평등 해소는 물론 미국 자본시장의 상승 여력을 키워줄 거대한 투자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공화당은 이 신규 사업에 투입되는 연방정부 예산이 향후 10년간 173억 달러(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방만한 각종 선심 예산보다 부담이 작습니다.

이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준비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들어가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입법완료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MAGA 계좌 아이디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검토를 거쳤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연례 주주 서한에서 이 구상을 지지했습니다. 그는 “적은 금액이라도 평생에 걸쳐 매우 큰 포트폴리오로 자금이 형성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베이비 본드 개념이 주식시장 투자를 허용하지 않은 것과 달리 문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정책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드 크루즈 의원은 최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서 “이 아이디어의 혁신적 영향력에 열광하는 기업 CEO가 여럿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말에 대단히 중요한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유수의 기업이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한 복지 혜택 중 하나로 직원들의 자녀 MAGA 계좌에 한 해 5000달러를 부모 대신 넣어주는 ‘기부자’가 될 가능성입니다.

만약 고용주가 MAGA 계좌의 새 기부자로 참여하는 새로운 고용 문화가 형성된다면 미국 자본시장에서 MAGA 계좌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입니다.

신생아 MAGA 계좌에 A 기업이 선한 기부자가 돼 넣는 돈이 투자 포트폴리오상 A사 주식을 다시 사는 선순환 구조가 그것입니다.

이 선순환이 확산하면 연방정부는 재정 지출 부담 없이 한해 5000달러 비과세 한도를 1만 달러, 2만 달러로 높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청년 자산을 형성하는 데 가속페달이 붙는 것이죠.

미국 현지 매체 보도를 보면 우버와 델, 엔비디아, 오라클 등 여러 기업이 만약 이 제도가 활성화하면 직원 자녀의 계좌에 기꺼이 기부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저출산 위기 속 군대 복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육군 복무 중인 청년이 월 40만원, 18개월 납입 시 원금 720만원과 이자(5%)인 28만 5000원에 정부 매칭 지원금(원금의 100%)을 더해 총 1468만원의 자산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미리 설정된 이자율 이외에 추가 금융 소득을 꾀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입니다.

한국 내일준비적금 운용 방식. <자료=국방부)
한국 내일준비적금 운용 방식. <자료=국방부)

2023년 6월 닻을 올린 청년도약계좌도 소득 조건을 충족하는 청년이 매달 납부하면 정부가 이에 매칭해 일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저축형 방식입니다. 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부 가능한 만기 5년 적금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장병내일준비금의 경우 2019년 17억원이 배정된 예산이 올해 1조3000억원 까치 급격히 늘었습니다. 그 이유를 보니 월 매칭 지원금을 정부가 2022년 14만원, 2023년 30만원, 204년 40만원, 올해 55만원 등 겁 없이 늘리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인센티브 방식은 정책 시행 후 매칭 혜택을 너무 빨리 확대하고 중도 해지 시 패널티는 오히려 종전 설계보다 빨리 축소하는 식입니다. 정책 수혜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시중은행을 대신해 청년 대상 저축상품 마케터로 뛰는 인상이 강합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에서만 이미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과 선순환하는 설계 구조로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실험하는 MAGA 계좌처럼 폐쇄형 적금 상품 구조를 투자형으로 바꾸고 매칭 자금에 제3의 기부자를 끌어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가 주주서한에서 미국의 새로운 베이비 본드 정책에 거는 기대를 소개합니다.

지난 수년 간 많은 주와 연방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이 계획의 버전을 제안했다. 나는 다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보상은 돈이 아니라 근본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의 일부를 소유할 때 성장의 혜택을 누릴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믿게 된다. 소유권은 연결을 만들고 수동적인 관찰자를 참여자로 바꾼다. 오늘 태어난 아이의 개인 자산이 미국의 자산과 함께 성장한다고 상상해보라.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고 재정적 자유를 얻기 위해 투자하는 수단을 갖도록 하는 ‘경제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의 민주화’라는 제목의 연례 주주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베이비 본드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의 민주화’라는 제목의 연례 주주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베이비 본드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