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용 카드 해석 가능성도

미국 국채를 꾸준히 매도해온 중국이 지난 3월 미 국채 보유 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영국보다 낮아진 것은 2000년 10월 이후 2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16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총 7654억달러(약 1071조9000억원)로 전달보다 189억달러(약 26조5000억원) 줄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2019년 6월 일본에 미 국채 보유 규모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중국의 미 국채 매각 규모는 더 커졌고 올해 보유 잔액은 2021년에 비해 약 30% 줄었다.
중국이 미 국채 비중을 줄이는 건 미중 갈등 영향이 크다. 미국과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니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느리지만 꾸준히 미 국채를 매도해왔고 이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도 중국의 미 국채 매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미국 재정적자가 확대해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경우 중국의 매도 움직임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채 매각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감소가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해 중국이 국채 자산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발표는 3월 기준 수치로, 지난달 미 국채 가격 급락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미국 주가와 달러 가치, 국채 가격이 동시에 급락했다. 이에 중국이 미국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 국채를 매각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FT는 “최근 6주간 중국이 외환 보유 운용에서 중대한 변화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나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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