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하루 전 날벼락…황주호 사장 도착, 안덕근 장관은 비행기 안

26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6일(현지 시각) 프랑스 원전 기업인 EDF가 제기한 계약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EDF는 지난 2일 한수원 수주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체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에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EDF 이의 제기를 기각한 전례가 있어, 이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예상을 깨고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계약이 체결된다면 프랑스 입찰 경쟁자(EDF)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공공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매체 샬랑지(Challenge)와 AP통신에 따르면 EDF는 입찰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EDF는 한수원이 공사 지연, 자잿값 상승 등 변수에도 사업비를 고정해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는 입장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조건이 사실상 이행할 수 없을 정도여서 입찰 경쟁에서 불공정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한수원을 선택한 것은 ‘100% 유럽산’ 신규 원전 건설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게 EDF 주장이다.
이번 체코 법원 결정으로 7일 열릴 예정이던 체코 신규 원전 사업 본계약 체결식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국회 대표단은 체결식 참석을 위해 6~7일 일정으로 체코를 방문했다. 체코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진 시각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미 체코에 도착한 상태였으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탑승 중이었다.
안 장관은 체코에 도착한 직후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법원 결정으로 계약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UOHS에서 판정한 대로 (계약 체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다.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약 26조원(4000억코루나) 규모다.
한수원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와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해 7월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번 체코 법원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인해 EDF 소송에 대한 본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체코 정부는 최종 체결 서명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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