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개막전 우승 오성욱 “이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해야죠”
‘SK렌터카 챔피언십’서 정성윤 꺾고 7전8기만에 정상
“당구선수 열심히해라” 6년전 아버지 유언에 마음다잡아
우승으로 자신감↑ “2번 더 우승해서 제2전성기 만들겠다”
어려울 때 같은팀(신한금융투자) 김가영 선수 조언 큰힘
"스마일 맨" 오성욱이 PBA투어 7전8기 끝 개인통산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오성욱은 이번 우승을 통해 발전가능성을 확인하며 남은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또 3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에게도 곧 "프로포즈" 하겠다고 전했다. PBA우승 인터뷰에서 오성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성욱(42·신한금융투자)은 PBA프로당구 출범 전 국내랭킹 5위의 강호였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PBA 첫 시즌에 부침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시즌 개막전 4강에 올랐지만 당시 우승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에 패했다. 이후 최고 성적도 16강 2차례(2·7차전)에 불과했다.
그는 “PBA라는 좋은 무대에서 성적이 안 나오자 조급함과 부담감이 쌓여 굉장히 힘들었다”며 지난시즌을 회상했다.
하지만 오성욱은 20-21시즌 PBA개막전인 ‘SK렌터카 챔피언십’ 결승서 정성윤을 세트스코어 4:1(12:15, 15:3, 15:5, 15:2)로 꺾고 ‘7전8기’만에 정상에 올랐다. ‘미소가 멋진’ 오성욱을 지난 15일 오후, 서울 논현동 PBA스퀘어점에서 만났다.
▲PBA 7전8기만의 우승이다. 축하한다.
=지인과 팬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우승 직후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어 집(경기도 부천)에 새벽 3시쯤 도착해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인 약 200명에게서 1000통 넘게 메시지가 와있더라. 메시지들을 쭉 보니 ‘이제 진짜 우승했구나’하는 감동이 들었다. 대회 후 조금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축하 자리는 하지 못했다. 대회 때 어깨가 조금 뻣뻣한 느낌이 있었는데 대회 끝나고 나서도 통증이 있어 병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곧 지인들에게 ‘우승축하 턱’을 낼 생각이다. 하하.
오성욱의 PBA첫 우승 뒤에는 "아버지의 유언"이 있었다. 오성욱은 아버지가 "당구선수 다시 해보라"는 말을 통해 2014년 선수 재도전했고 결국 PBA프로무대 우승까지 차지했다. 오성욱이 PBA우승트로피를 높게 들고 환호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형들이 보내주신 건데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실 거다’란 메시지였다. 아버지는 6년 전 돌아가실 때 그간 반대하시던 당구선수를 다시 해보라고 유언을 남겨주셨다. 그 말로 힘을 얻고 다시 시작한 당구선수 생활인데, 6년 후 PBA 우승까지 하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곧 아버지를 찾아뵐려고 한다.
▲아버지는 왜 당구선수 반대했나.
=20살 때, 당시 실력을 더욱 키우고 싶어 아버지께 ‘유럽으로 당구유학 보내달라’고 했다. 세계3쿠션 강자인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에게 무작정 당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대학 진학할 중요한 시기에 유럽까지 가서 당구를 배우겠다는 것에 굉장히 반대하셨다. 이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맞기도 했다. 결국 유학은 못갔고, 2007년 서울연맹서 선수데뷔했지만 그로부터 2년 후 나 역시 운영하던 당구장 일이 바빠 선수생활을 관뒀다.
그러다 2014년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임종하시기 전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그때 유학 못 보내줘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다.”
아버지 유언을 듣고 이 말씀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동생에게 “아버지 유언도 있고하니 딱 3년만 해보겠다. 3년 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만두겠다”고 하고 2014년 선수 재등록했다.
▲그렇게 선수 복귀 3년 후, 2017년 정읍단풍미인배서 전국대회 첫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복귀하고 나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고 3년 뒤 전국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스스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자부했고, 당구선수를 ‘나의 길’로 삼기 시작했다.
오성욱은 정성윤과의 결승전에서 애버리지 2.483을 기록했다. 이토록 좋은 경기할 수 있었던 이유로 오성욱은 긴장과 부담감없이 결승전 경기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성욱이 PBA개막전 결승경기하고 있다. =비결은 따로 없다. 오히려 장타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는, 득점이 잘 될 때와 안될 때,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잘하는 선수라면 꾸준히 연속득점하기에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난 잘 맞을 때와 안 맞을 때 편차가 있다. 그래서 기복이 있다는 단점을 알기 때문에 평소 기본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느 연속득점이건 첫 점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기본기 연습을 열심히 한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정성윤과의 결승전서도 연속득점이 빛났다. 특히 2세트에서는 아쉽게 ‘퍼펙트 큐’상(상대선수 0점일 때 한 큐로 15득점, 세트를 따내는 것)을 놓쳤다.
=주위에서 ‘상금 1000만원이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긴 하는데 상금이 아쉽지는 않다. 단 첫 ‘퍼펙트 큐’ 수상자가 되고싶은 욕심이 있었다. 원래 득점할 수 있는 길이 보이면 주저않고 시도하는데 그때는 부담감 때문인지 순간 멈칫해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퍼펙트 큐를 놓쳤어도 우승했으니 큰 아쉬움은 없다.
▲결승전 경기내용도 굉장히 좋았다. 결승전 애버리지가 2.483이었는데 역대 결승전 최고애버리지(지난시즌 4차전 프레드릭 쿠드롱의 2.571)도 넘어설 뻔 했다.
=정말 재밌게 경기했던 게 한 몫했다고 본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정말 긴장과 부담감 없이 즐겁게 경기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결승서 긴장을 안 하다니.
=당시 긴장감을 평가한다면 100으로 칠 때 단 5정도에 불과하다. 결승 앞두고 ‘이제 단 한 경기 남았을 뿐인데 고민하고 걱정할 게 뭐 있나. 그저 한 경기 정말 재밌게 치고오자’ 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가벼워지더라. 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PBA투어에 대한 마음 가짐을 바꾸려고 노력한 끝에 얻은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지난시즌은 오성욱에게 100점 만점 중 단 50점에 불과했다. 그간 어려운 상황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했지만 PBA투어서 계속되는 부진은 그만큼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오성욱. =실력이 부족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PBA를 치러보며 느낀 건 기량 외적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굉장히 스스로 얽매어 있다는 걸 느꼈다. PBA란 좋은 무대가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성적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던 것이다. 지난 시즌 개막전 4강에 올랐지만 이후 좋은 성적을 내 대회는 없었다. 시즌 끝나고도 만족감이 들지 않았다. 점수로 치면 100점 중 50점 정도다.
이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들었다. 누구보다 당구를 재밌게 치고 대회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는 게 장점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또 지난 시즌 우승자 7명을 보니 부러움도 들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나.
=올해 파이널 투어가 취소되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염려로 한 3개월 정도 당구장을 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져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 중 김가영 선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김가영 선수가 조언해준 내용은.
=김가영 선수는 세계적인 포켓볼 선수로 활약하지 않았나. 그렇기에 그간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 주었다. 여러 대회, 여러 경기를 치르며 그간 노력했던 자신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가 계속 좋지 않으면 자신에 대한 확신은 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원망하고 가치를 깎아내리면 안된다고 했다. 자신이 흔들리면 오히려 마음만 조급해질 뿐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경험도 들려주었다.
김가영의 조언을 듣고 "PBA대회를 즐기는 것만이 해결책" 이란 점을 깨달은 오성욱은 PBA개막전서 우승을 차지했다. 오성욱이 우승을 확정한 후 카메라를 향해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포켓볼 국제대회 출전 당시 세계적인 선수들끼리 연습경기 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대진을 정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김가영 선수가 ‘누구와도 상관없으니 아무나 경기하자’고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당시 김가영 선수는 세계1위도 아니었는데 그토록 당당했던 것이다. 결국 선수들이 아무도 김가영 선수와 붙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장점이 무엇인지 성적에 대한 조급함으로 어떤 것을 잊고있는게 뭔가 생각했고 결국 ‘대회를 즐기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면 눈감고 ‘즐기자, 즐기자’란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4강 정호석 선배와의 경기에서도 그래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내 차례가 온지도 모르고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하하. 우승에 큰 도움을 준 김가영 선수에게 조만간 크게 한 턱 쏠려고 한다.
▲이번 대회서 8강 오태준(큐스쿨 3위), 4강 정호석(1위), 결승 정성윤(2위)까지 ‘큐스쿨 돌풍’ 3인방과 상대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대진이 됐다. 주변에서 PBA선발전인 ‘큐스쿨’ 출신들의 돌풍이다, 태풍이다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제야 PBA 출전해 두각을 나타냈을 뿐이다. PBA에는 어떤 선수가 상위권 성적을 내고,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는 선수로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더욱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우승이 ‘당구선수 오성욱’에게 주는 의미는.
=선수복귀하며 브롬달, 쿠드롱,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조재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연습을 많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복귀 후 3년간 목표는 전국대회 시드권(당시 국내랭킹 32위내)진입이었고, 그 다음에는 3쿠션월드컵에 출전해 Q라운드(최종예선)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3쿠션월드컵 Q라운드 진출도 2018년 7월 포르투월드컵서 이뤄낸 이후 더 나은 성적을 위한 목표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PBA 출전과 함께 월드컵은 못나가게 됐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당연히 ‘세계적 선수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번 PBA 우승은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여전히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하지만 실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니 더욱 발전해 언젠가는 ‘세계적인 당구선수 오성욱’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번 PBA우승은 ‘제2의 전성기’이자 ‘제2의 터닝포인트’이기도 하다.
▲제2의 전성기라면.
=항상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빈틈없는 기량을 만들기 위해 정진 중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흔들린다면 경기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느꼈다. 그리고 우승을 통해 정신적인 부분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됐다. 이에 이번 시즌 남은 5번의 정규투어 중 2번 더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
▲여자친구도 당구 동호인으로 알고 있다.
=여자친구는 직장 다니며 가끔씩 전국 동호인대회에 출전하는 당구동호인이다. 얼마전 끝난 양구 ‘국토정중앙배’ 동호인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가끔 전국대회에 나가는데 종종 우승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하하.
서로 당구를 좋아하지만 당구가 인연이 되지는 않았다. 3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나게 됐는데 평소 당구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여자친구는 코로나19로 인해 결승전때 경기장에 오지 않았고 TV로 봤다. 우승 확정되고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간단하게 말해줬다. 여자친구는 결승전도 4강처럼 5판3선승제로 알았단다. 그래서 내가 4세트를 따내자 우승한줄 알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7판4선승제인 걸 알고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하하.
PBA우승을 통해 당구선수 생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하는 오성욱은 자신있게 남은 5번의 정규투어 중 2번 더 우승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오성욱이 주먹을 불끈쥐어보이며 인터뷰 기념촬영하고 있다. =맞다. 대회 전 여자친구가 ‘우리는 결혼 언제할거냐’고 물어 ‘우승하고 나서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PBA 우승했으니 이제 여자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야할 시기다. 조만간 여자친구 부모님을 찾아뵙고 결혼 일정을 논의하고 프로포즈도 하려고 한다. 당구선수들 사이에서는 결혼하고 나서 실력이 더 좋아진다는 말이 있다. 책임감도 갖게돼 더욱 당구연습에 정진한다는 것이다. 나도 결혼하면 지금보다 더욱 열심히 할테니 앞으로도 믿고 지켜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 시즌 정규투어와 8월 시작될 팀리그에 대한 각오를 밝힌다면.
=개막전을 우승해 정말 기쁘고 또 자신감도 확실히 얻을 수 있었다. 참 좋은 타이밍에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제2의 터닝포인트를 맞았기에 이번 시즌 다시 한번 우승자가 되겠다. 팀리그서도 신한금융투자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 개인전과 다르기 때문에 우선 팀원들(김가영 조건휘 신정주, 마민캄)과 같이 연습과 화합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PBA 팀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고, 프로당구선수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후원을 아끼지 않는 신한금융투자 측에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에도 좋은 성적 낼 것을 PBA팬들에게 약속드리며 항상 즐기는 선수, 더 나아가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dabinnett@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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