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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1부투어 김동영 “절망적이었다, 마지막이었다, 간절했다”

[나는 프로당구선수다④] 선발전 8위로 1부투어 진출
경기 이틀전 오른쪽 손가락 힘줄 절단 사고 당해
의사 “절대 당구치지 마라”에 눈앞 캄캄, 진통제 맞고 출전
프로당구선수 되려고 5년간 다닌 안정된 직장 그만둬
유명 당구선수 출신 ‘콧수염’ 김종석씨 아들

  • 기사입력:2020.07.04 07:20:54
  • 최종수정:2020.07.04 07: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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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프로당구 PBA선발전을 전체 8위로 통과한 김동영은 선발전 시작 이틀전 오른손 검지힘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은 그는 끝내 1부투어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버지 김종석씨와 아들 김동영이 인터뷰 기념촬영하고 있다.
[편집자주=최근 마무리된 프로당구 PBA 선수선발전을 통해 20-21시즌 1부투어에서 활약할 23명이 탄생했다. 이들은 지난시즌 잔류선수 82명(성적 상위 66명+우선등록 선수 16명), 드림투어 상위 15명과 함께 1부투어에서 뛰게된다. 국내 당구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프로당구 1부투어’ 무대에 오른 주요 선수를 소개한다.

전체1위로 선발전을 통과한 정호석(51)과 23위 ‘막차’로 통과한 주시윤, 그리고 드림투어에서 아쉽게 1부 승격을 놓쳤으나 선발전을 통해 1부선수가 된 홍종명(27)에 이어 마지막 네 번째 주인공은 김동영(28)이다. 김동영은 2019년 서울연맹 소속으로 선수 데뷔한 신인이자 콧수염이 인상적인 ‘유명 당구선수’ 김종석(68)씨 아들이다. 김동영은 트라이아웃2와 큐스쿨 토너먼트 마지막 날 극적으로 다음 단계 진출을 확정지으며 전체 8위로 1부투어 티켓을 따냈다.

[MK빌리어드뉴스 김다빈 기자] “PBA선발전 이틀 앞두고 오른손 검지 힘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의사선생님이 절대 당구치지 말라고 해서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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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종석씨는 이번 선발전, 아들의 출전을 반대했다. 그만큼 쉽지않은 당구선수 길을 걷는 아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동영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아버지를 설득해 결국 프로당구선수가 됐다. 김동영이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김동영은 동호인이던 지난해 PBA오픈챌린지에 출전했으나 탈락, 1부투어는 물론 드림투어 티켓도 따지못했다. 이후 서울당구연맹에 선수등록하고 실력을 갈고닦아 2번째 도전만에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김동영의 아버지는 예술구로도 유명한 김종석(68) 씨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울 강서구 ‘VIP2000 당구클럽’에서 PBA개막전 준비에 한창인 김동영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동영뿐 아니라 아버지 김종석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종석 씨는 당당히 1부투어 선수가 돼 인터뷰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대견한 듯,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동영도 자신의 첫 인터뷰를 위해 미용실을 다녀오는 등 한껏 꾸몄다고 했다)

▲PBA선발전 전체 8위로 1부선수가 됐다. 소감은.

=정말 바라고 간절했던 PBA 1부투어 티켓이었는데 막상 1부선수가 되고나니 얼떨떨하고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라. 주변에서 축하해주고 특히 부모님이 진심으로 기뻐해주시는 걸 보고 그제서야 ‘아, 이제 내가 1부선수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유명당구선수 출신이다. 아들이 프로당구 선수가 된 데에 기분이 남달랐을텐데.

=아버지가 진심으로 기뻐해주시고 특히 아버지한테 당구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뜻 깊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제가 당구선수 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원하지 않았던 정도가 아니라 무척 심하게 반대하셨다.

▲반대한 이유는.

=나는 지난해까지 서울시 노원구체육회 직원으로 5년간 근무했다. 그러다 당구선수 되려고 안정된 직장을 나왔다. 아버지는 최근 당구선수 여건이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불안정한 직업으로 생각하셨다. 아들이 직장을 나와 험한 당구선수 길을 걷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셨다. 이번 선발전 전까지도 출전을 반대하시며 다시 직장구하길 원하셨다.

▲아버지 어떻게 설득했나.

=이번 선발전에서 1부든, 2부든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면 아버지 뜻을 따르기로 했다. 30살 전에 선수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PBA선발전이 프로당구선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그 정도로 프로선수 되길 원한 이유가 있나.

=아버지를 통해 어려서부터 당구를 접해왔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20살 때 아버지 권유로 명지대 사회교육원 당구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취미로만 당구를 쳤다. 그러다 2년 전(2018년)에 대대를 처음 접하며 당구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또 그해 11월 서울시 직장인당구리그에 나가 우승했다. 이어 크고작은 동호인대회에 출전하다보니 대회의 긴장되고 치열한 분위기에 흠뻑 매료됐다. 평소 수없이 연습해왔던 공배치도 경기상황에 따라 다르게 풀어가야 하는 걸 겪으니 당구가 재밌었고 선수 꿈을 갖게 됐다. 지난해 PBA선수선발전에 나갔는데 오픈챌린지서 탈락했다. 그럼에도 선수가 되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고 서울연맹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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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그렇게 아버지를 설득해 PBA선수선발전에 출전하게 됐지만 선발전(트라이아웃2) 시작 이틀전, 오른손 검지 힘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대회출전을 만류했지만 김동영은 간절했고 결국 피부봉합만 한 채 선발전에 임했다. 김동영과 아버지 김종석씨가 인터뷰 기념촬영 중이다.
▲그렇게 간절했던 PBA선발전서 뛰지 못할 뻔 했다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PBA경기위원회 추천으로 트라이아웃2부터 출전했다. 그런데 트라이아웃2 시작 이틀 전 사고를 당했다. 새벽 3시쯤이었는데 주차하고 골목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외진데다 불빛도 없어 굉장히 어두웠는데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언덕길이라 굴렀는데 넘어지며 오른손 손등을 다쳤다. 머릿 속에서 선발전이 스쳐지나갔다. 곧바로 응급실로 갔더니 오른손 검지 힘줄이 끊어졌다고 했다.

▲이후 어떻게 됐나.

=의사선생님께서 ‘절대 당구치지마라’고 하셨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알고 준비했는데…너무 억울하고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저 자신을 원망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의사선생님께 꼭 당구 쳐야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의사선생님은 다친 데를 방치할 수 없다며 망설이다가 결국 대회 끝나고 수술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후 응급처치로 피부 봉합해주셨다. 아픈 부분은 진통제로 견디며 선발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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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동영은 트라이아웃2 마지막 날과 큐스쿨 토너먼트 마지막 날 최고점수 50점을 받으며 1부투어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스트로크 자세를 취하며 인터뷰 기념촬영 중인 김동영.
▲그런 상태인데도 PBA선발전서 성적이 좋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사실 이번 선발전은 열심히 준비도 했지만 간절히 원했던 마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 선발전 앞두고 매일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했다. 그만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반드시 1부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트라이아웃2 3차례 토너먼트 중 첫 번째 토너먼트서 25점, 두 번째 토너먼트서 2회전 탈락(첫판 부전승)으로 15점만 따 총점 40점이었다. 마지막 토너먼트서 반드시 최고점(50점)을 받아야 큐스쿨에 갈 수 있었다.

쉽지않은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공에만 집중했고 결국 내리 4연승으로 큐스쿨에 진출했다. 큐스쿨 커트라인이 80점이었고 나는 50점을 받아 총점 90점이었다. 만약 3승만 했어도 35점만 받아 탈락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 무슨일이 있었나.

=큐스쿨서도 마지막 4차 토너먼트까지 가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1차 25점, 2차 35점, 3차 10점을 얻었다. 48명까지 서바이벌 가는데 탈락문턱에 걸쳤다. 다시 한번 힘을 내려고 마지막 토너먼트 내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여기서 지면 다시 직장을 잡아야 하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결국 마지막 토너먼트서 최고점(50점)을 받아 총점 120점 전체 19위로 서바이벌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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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서는 첫날부터 성적이 좋았다.

=내 경기 스타일이 공을 ‘굴린다’는 것보다 ‘친다’는 느낌이 강하다. 힘으로 강하게 타격해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보내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오른손 힘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친 손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게 통해 서바이벌 첫 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첫 날 3경기 중 초반 2경기를 조1위 했고 3번째 경기는 2위했다. 사실상 첫째 날 1부투어 진출이 거의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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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PBA1부선수로 첫 출전하는 개막전에서 김동영은 구체적인 성적을 목표로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원하는 것을 모두 경기에서 후회없이 하고 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당구공과 함께 하트를 그려보며 인터뷰 기념촬영하고 있는 김동영.
▲곧 개막전이 열리는데 올 시즌 각오는.

=이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만큼 올해는 원없이 PBA서 경기해보고 싶다. 경기 중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후회하지 않겠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당구선수 김동영의 모든 걸 보여주는게 목표다. [dabinnett@mkbn.co.kr]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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