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궁 “男3쿠션 춘추전국시대 깨고싶었다”
인제오미자배 우승으로 3개월새 3개대회 석권
“결승전 32:6에서 추격해온 오성욱 선수 역시 대단”
“몸 상태 안좋았는데, 승리의 기운이 온거 같다”
“랭킹 관리 잘해서 세계팀3연패 힘 보태고 싶어”
“남자 3쿠션 춘추전국시대 깨고 싶었어요” 강원도 인제군 인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인제오미자배 3쿠션 페스티벌’ 선수부 남자 결승전에서 강동궁이 오성욱(서울·10위)에 승리하며 3개월 만에 또 한번 국내대회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는 강동궁.[인제=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폭격기’는 거침이 없었다. 한번 결정한 샷은 고민하지 않고 강력한 스트로크를 뿜어댔다.
31일 저녁 강원도 인제군 인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인제오미자배 3쿠션 페스티벌’(이하 인제오미자배) 선수부 남자 결승전에서 강동궁이 오성욱(서울·10위)을 40:29(20이닝)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그는 5이닝 만에 19점을 뽑아내더니, 브레이크타임까지 무려 32:6으로 앞서갔다. 오성욱이 뒤늦게 분전하며 뒤를 쫓았으나, 최대 26점이나 벌어졌던 격차를 뒤집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경기력은 이번 대회 내내 쾌조였다. 7경기 평균 애버리지 1.81로 대회 최고를 기록했다. 16강전 오태준(서울)과의 경기에선 14이닝만에 40:11로 끝내 2.8의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강동궁은 이를 ‘우승의 기운’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인제오미자배 우승까지 그는 총 4개 대회에서 입상했다. 작년 12월 ‘양구 대한체육회장배’에서 우승한 이후 2주 만에 열린 ‘부산광역시장배’ 준우승, 지난달 2월 열린 ‘세계팀3쿠션 선수권대회’ 우승,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까지. 여기에 이번엔 우승보다 값진 경기력을 얻었다.
올 시즌을 ‘커리어 하이’로 만들겠다는 그와 우승 현장에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강동궁과의 일문일답.
▲양구대회 이후 3개월 만에 전국대회 정상이다. 소감은.
= 최근 국내 3쿠션이 ‘춘추전국시대’라고 하지 않나. 2년여 동안 열몇 개 대회 우승자가 모두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승에 들어서기 전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주인공이 되자’는 욕심을 품고 경기에 들어갔다. (편집자주=한국남자 3쿠션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년4개월 동안 12개 전국대회 우승자가 12명으로 모두 달랐다)
▲이번 대회 경기력이 매우 좋았는데.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나를 잘 아는 주위 친구들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아프면 경기가 잘 풀리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 하하. 또 하나는 현재 연습구장의 테이블이 이번 대회 테이블과 동일한 테이블(프롬)이라 낯설지 않았다. 테이블이 몸에 익었던 것이 좋은 경기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3개월 만에 무려 3개 대회에서 입상했다. 확실히 폼이 올라온 것 같다. (강동궁은 작년 12월 양구 대한체육회장배, 지난 2월 세계팀선수권대회, 3월 인제오미자배 대회를 우승했다)
=오랜 시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번 승리의 기운이 올라올 때가 있다는 거다. 탈락하는 기운이 이어질 땐 무슨 수를 써도 탈락한다. 지금 내 상태는 이기는 기운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붙어 더 잘 되는 것 같다. 시합이라는게 항상 어떤 변수가 작용할 지 모르는데, 최근에는 이겼던 기억만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시합에 임하다 보니 잘 풀리는 것 같다.
강동궁은 최근 올라선 폼에 대해 "이기는 기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춘추전국시대에 종지부 찍고 싶은 욕심은 없나.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 그들을 항상 제치고 1등을 한다는 건 너무 힘들다. 그래도 지금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하.
▲결승전을 되돌아보겠다. 가장 긴장된 순간을 꼽는다면.
=가장 아쉬웠던 상황은 10이닝 째 7점을 낸 후, 그 다음 배치가 쉽게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었던 배치였는데, 놓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방심한거다. 그 득점을 성공했다면 상대방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져 공타를 기록했다. 상대가 따라올 때 긴장이 많이 됐다. 보통 선수들은 큰 점수 차이가 나면 흐트러지기 십상인데, (오성욱은)역시 우승 경험이 있던 선수라 그런지 차이가 크게 벌어졌어도 기회를 살려서 쫓아오더라. 대단한 선수다. 나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어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힘겨웠던 승부를 꼽는다면.
=첫 게임부터 결승전까지 무난히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시합을 치르다 보면 한 두게임 정도 확실히 허기가 진다거나 급격하게 체력이 저하되는 경기가 있다. 그런 경기가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전이었다. 평소에는 실수하지 않는 공도 팔에 힘이 빠져 힘 조절을 못한다던지 하는. 매번 시합할 때마다 느낀다. 앞으로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체력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할 생각이다.
▲유독 이변이 많은 대회였다.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었는데.
=예전에는 35점이 되면 그 선수가 이기겠다는 공식이 어느정도 맞았는데, 요즘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알 수 없다. 소위 말하는 ‘톱클래스’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정확하다. 어느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됐다. ‘대진운’이라는 말은 앞으로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강동궁은 작년 12월 양구 대한체육회장배, 지난 2월 세계팀선수권대회, 3월 인제오미자배 대회를 우승했다. 사진은 인제 오미자배 우승후 우승패와 상장을 들고 환호하고 있는 강동궁.▲곧바로 다음 대회(베트남 아시아 캐롬 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체력적인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부분은 선수의 숙명이다. 우승 기운을 가지고 간다면 컨디션 난조는 없을 것 같다. 또 아시아선수권 최고 입상이 3위인데, 이번에 우승할 수 있도록 욕심을 낼 생각이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월드컵 세계랭킹 시드에도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대회 우승으로 국내랭킹 2위로 올라섰다. 올해 목표는.
=우승 기운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 하하. 최근 ‘세계팀3쿠션 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한 이후에 더 욕심이 생기더라. 국내 대회가 앞으로 많이 남은 만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가대표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나. 랭킹 관리 잘 해서 한국의 3연패에 힘을 보태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올해 열심히 달려보겠다.
▲얼마전 허정한 선수가 3년4개월만에 우승(포천 전국선수권대회)인터뷰에서 “동궁아 이번엔 형이다(형이 우승했다)”라고 한 적 있다. 허정한 선수에게 해줄말 없나.
=나도 작년 12월 양구 대한체육회장배 우승이 5년 4개월만이라 오래 걸렸다. 그래서 (허)정한이 형이 3년4개월만에 포천대회 우승할 때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고, 축하해 드렸다. ‘형 이번엔 제 차례였네요’라고 하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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