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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구 미래]①이범열 “교과서 샷 이충복이 롤모델”

“고3때 찾아가 제자로 입문…언젠가 스승 뛰어넘어야죠”
“이길 수 있었던 작년 세계주니어3쿠션 준우승 아쉬워”

  • 기사입력:2018.01.08 10:03:46
  • 최종수정:2018-01-16 0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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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지난해 9월 스페인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이하 세계주니어선수권)을 앞둔 한구당구계는 2015년 김태관(경기) 2016년 조명우(경기)에 이은 한국의 ‘3연속 우승’을 노렸다. 대표 선발전 1위 신정주(부산), 전년도 우승자 조명우와 함께 이범열(부천‧21)도 태극마크를 달고 스페인으로 향했다.

대회 초반만 하더라도 이범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다른 두 선수들에 비해 유명세가 덜했고, 세계주니어선수권도 첫 출전이었다. 하지만 이범열은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가운데 대회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에선 개최국 스페인의 카를로스 앙귀타에게 35:23으로 패했지만, 국내 당구팬들에게 이범열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4개월여 후, 이범열을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그의 연습장에서 만났다. 이범열은 지난해에 생애 첫 전국대회 16강(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까지 올랐고, 랭킹도 선수생활 중 가장 높은 33위로 마감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사부님으로 모시는 이충복 선수처럼 교과서적인 샷과 파워까지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언젠간 그 스타일로 사부(이충복)를 능가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나.

=이곳(경기 부천시 한 당구클럽)에서 계속 연습하고 있다. 한 번의 샷으로 연속득점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공의 포지션까지 계산해보고 있고, 또 그동안 부족하다고 느꼈던 수비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본인의 장점을 꼽는다면.

=큰 키(183cm)에서 나오는 힘 있는 샷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파워가 필요한 난구풀이도 그래서 자신있다. 주특기 샷은 뒤돌려치기, 긴각 빗겨치기 등이다.

지난해 9월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시합을 하고 있는 이범열.(사진=코줌 코리아)
지난해 9월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시합을 하고 있는 이범열.(사진=코줌 코리아)
▲고교 시절부터 국내 학생부 ‘3쿠션 최강자’로 불렸고, 최근엔 한국3쿠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이범열은 고1때인 2011년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우승을 비롯 고교 3년간 전국당구대회 고등부경기 시상대에 수차례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과에 당구특기전공생으로 입학한다.)

=쑥스럽다. 하하. 고교때 나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아직은 피나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한체대에 입학해 훌륭한 선수들을 보며 제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학교를 휴학하고 연습에 더욱 매진하는 중이다.

▲2017년을 되돌아보겠다.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에서 생애 첫 전국대회 16강에 진출했는데.

(이범열은 지난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3쿠션 남성부 512강부터 출발해 64강 강동궁, 32강 배준석 등을 꺾고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성인부 대회에 출전 4년만에 첫 16강이었다. 떨렸지만 64강선 국내 톱클래스 선수인 동궁이 형(강동궁)을 꺾고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스포츠는 자신감만으로 되지 않더라. 16강에서 성욱이형(오성욱)에게 패했다. 그날 128강부터 16강전까지 하루에 다 치렀는데, 처음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경기를 한 탓인지 체력이 떨어지더라.

물론 아쉬움이 컸지만, 바로 전 대회(5월 인제 오미자배) 성적인 32강보다 높은 성적이었고, 또 동호인과 팀을 이뤄 경기하는 스카치 부문에선 4강에도 올라 만족감도 컸다. 제가 추구하는 공격적인 당구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한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엔 처음 참가한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을 거둔다. 본인도 놀랐다고.

=저는 냉정하게 말하면 명우(조명우) 정주(신정주)보다 언론 노출도 적은 선수였고, 대회도 베트남 선수가 불참해 아시아에 배정된 3장의 티켓 중 한 장을 얻어 겨우 출전한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결승에 오른 것이다. 하하. 아쉬운 건 결승 상대 앙귀타(스페인)를 충분히 꺾을 수 있었는데, 긴장해 승기를 넘긴 부분이다.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면 조급해지는 제 성격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당시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셨던 부모님도 많이 아쉬우셨나 보다. 지금도 그 경기를 이야기 하신다. 하하.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경기를 놓친 적이 많다고.

=그렇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샷에 대한 계산이 덜 된 상태에서 테이블에 엎드린다(샷 자세를 취한다). 저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와 대결할 때 자주 범하는 실수다. 패배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머릿속에 잡념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스승님인 이충복 선수도 제게 “조급해 하지 말라”고 자주 충고해 준다.

▲이충복 선수가 멘토라고.

=사부(이범열이 이충복 선수를 부르는 호칭)가 2011년 ‘아시아세계3쿠션선수권’ 우승하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했다. 그 후 (이충복 선수는)제 롤모델로 삼았고, 고3때 찾아가 제자가 됐다. 저를 비롯한 어린 제자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신다. 기술적인 부분도 큰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스트로크의 중요성을 예전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됐고, 집중 연습해 다행히 지난해에 나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3쿠션 랭킹 33위였다. 올해 목표는.

=성인부 경기를 뛰면서 해마다 최고 랭킹을 갱신 중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 다만 올해 중반 이후 군입대를 계획 중인데, 그 전까지 전국대회 입상을 목표로 더욱 감각을 갈고 닦을 것이다. 그리고 사부(이충복 선수)의 교과서적인 샷과 파워 넘치는 스타일을 제 것으로 만들어 언젠간 사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범열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범열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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