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지는 1일 경기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 휴·스타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최종일 3라운드에서 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17번홀까지 1타를 줄여 이채은과 공동 선두를 달리던 정윤지는 18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4.5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정윤지는 이채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첫날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지켜 정상까지 오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2022년 5월 E1 채리티 오픈 이후 3년여 만에 개인 통산 2승을 달성한 정윤지는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받았다.
말 그대로 드라마 같은 승부가 펼쳐졌다. 정윤지는 1·2라운드 36홀을 보기 없이 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공동 2위에 4타 앞선 채 최종 3라운드를 맞이했다. 순조로운 우승 도전이 점쳐졌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파4 2번홀에서 정윤지는 네 번째 샷 만에 온그린하며 보기를 적어내 불안하게 출발했다.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에 이채은이 맹추격했다. 직전 대회였던 E1 채리티 오픈에서 준우승했던 이채은은 5·6번홀 연속 버디 등 전반 9개 홀에서 3타를 줄여 선두권에 올라섰다.

1타가 매우 중요한 상황. 그러나 승부처인 16~18번홀에서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윤지와 이채은 둘 다 1·2라운드 17·18번홀에서 모두 버디를 적어냈다. 그러나 이채은은 17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이 미스가 났고, 4.5m 파 퍼트를 힘겹게 넣어 겨우 타수를 지켰다. 이어 18번홀에서 약 8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고 홀아웃했다.
경기 도중 이채은과 공동 선두임을 안 정윤지는 17번홀을 파로 지킨 뒤 운명의 18번홀에 섰다. 홀과 약 79m를 남기고 시도한 세 번째 샷이 다소 짧게 느껴졌지만, 정윤지는 침착하게 그린을 향했다. 심호흡하고 시도한 퍼트가 홀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정윤지는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발산했다.
정윤지는 "3년 전 처음 우승했을 때도 연장전을 치렀기에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도 차분하게 내 플레이를 하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퍼트를 했는데 그게 들어갔다. 연장으로 안 가고 우승해 매우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단독 선두에 나선 채 최종 3라운드를 맞아 긴장도 많이 했다는 그는 "평소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함을 많이 느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도 내 플레이에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오늘 내 플레이는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우승 이후 준우승만 세 차례 했던 정윤지는 올 시즌 9개 대회에서 한 차례 톱10에 든 게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4월 덕신EPC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던 정윤지는 개선된 샷 일관성에 자신감을 갖고 이번 대회에 나서 성과를 냈다. 올 시즌 정윤지의 그린적중률은 77.11%, 전체 2위다. 정윤지는 "그동안 손으로 치는 느낌이 강했다면 올해는 몸을 쓰는 데 좀 더 집중했다. 나만의 샷 리듬을 찾아내면서 샷 일관성이 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채은은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정윤지와 끝까지 명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우승까지 1타가 모자랐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뒤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채은은 정윤지의 마지막 버디 퍼트가 들어가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한솔과 안송이, 윤화영이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해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우승자인 이예원은 이날 3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이가영과 함께 공동 7위에 올랐다. 2019년과 2020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박민지는 합계 10언더파 206타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양평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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